주 5일제가 두려운 직장인
대리기사 콜은 보통 저녁 8시부터 시작된다. 물론 대낮부터 술을 마신 손님들이 간혹 있긴 하나 이건 아주 드문 케이스. 퇴근 버스에 내린 후, 근처 커피숖에 들렀다. 취득하고픈 자격증 공부를 위해서였다. 커피숖에 앉아 책일 펴는 순간 띠링띠링~~, 대리를 하고 난 다음 습관적으로 켜 놓는 대기기사앱에서 울리는 소리다. 이제 7시인데 벌써 대리를? 사실 이런 콜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반갑다. 퇴근 후 술 한잔하고 저녁 10시쯤 대리를 부르는 손님 보다 이렇게 일찍 술을 드시고 부르는 손님은 무슨 사연이 있어서일까? 글 소재거리로는 이런 손님이 최고이니깐 말이다. 바로 수락을 하고 주섬주섬 펼쳐놓은 노트북과 자격증 수험서를 가방에 넣고 뛰기 시작했다.
10분을 뛰다 걷다 반복하다 어느 횟집에 앞에 다다랐다. 술에 취한 5~6명의 남성들과 그리고 이들이 부른 대리기사님들로 8미터 소방도로가 꽉 찼다. 나에게 배당된 손님은 30대 초중반으로 보였으며, 키는 175cm 정보, 깡 마른 분이었다. 그나마 술이 많이 드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를 보며 첫마디가 "대리를 부를까 아님 그냥 이 시간에 음주단속도 없는데 몰고 갈까 10분 고민하다, 대리를 불렀어요." 대개 이런 손님들은 대리비용조차도 부담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 또한, 팁이 없을 미리 고지하는 곳일 수도 있다.
대구 시내를 관통하는 10km 떨어진 곳이 집인데, 나에게 떨어지는 대리비는 12,000원, 이분이 지급하는 비용은 아마 15,000~18,000원 정도 되었을 것이다. 작은 크로스백을 메고, 야구모자를 눌러썼으며 검은 뿔테 안경. 이분은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이렇게 일찍 술자리를 파했을까. 일행들은 대부분 술이 많이 취해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마셨던 것일까?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설 청소용역업체 환경미화원이었다.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 마치고 동료들과 한잔을 한 상황인데, 술자리가 7시에 파했으니 4시간을 마신 것이다. 충분히 술에 취할 만했다. 가끔 뉴스에서 환경미원원 경쟁률이 100대 1을 뛰어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분들은 구청 소속의 환경미화원. 이분들이 도로나 길거리에 청소하고 쓰레기를 모아두면 그제야 사설 청소용역업체 환경미화원들이 수거해 가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사설 청소용역업체 환경미화원들이 하는 일은 크게 3가지, 재활용쓰레기 수거, 쓰레기봉투 수거, 마지막으로 음식물 쓰레기 수거다. 귀가 솔깃했다. 3가지 중 어느 일이 가장 힘들고 기피하는 일일까? 내 기준에서 봤을 때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였을 것 같다. 왜냐하면 여름 냄새가 지독하게 심하기 때문에 그것을 견디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나의 고객이 하는 일은 재활용 파트인데 저마다 다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음식물의 경우에는 냄새는 나지만, 음식물 쓰레기 통은 수거 차량에 걸면 자동적으로 쓰레기통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동화라 냄새 빼고는 무거운 것을 들지 않아 좋다고 했다. 쓰레기봉투의 경우, 직접 환경 미화원이 봉투를 들고 5톤 차량으로 던져야 하는데 그게 보통 무게가 아니란다. 왜 다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는가? 쓰레기 봉투를 꽉꽉 담고 그것도 모자라 산봉우리 처럼 오르게 하여 테이프로 칭칭 감은 경험들..이런 물건들은 너무 무겁기 때문에 들어올리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다고 한다. 재활용의 경우 가끔 재활용인지 아닌지를 분류하는 작업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참 난감하다고 한다.
나의 호기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장님, 근데요 5톤 차량에 타서 운전만 하는 분 있는데 그분이 제일 땡보 아니에요? 그분은 차에만 있던데...", "기사님 잘 보셨네요. 쓰레기 봉투 수거 차량을 모는 5톤 운전기사님들이 사실 제일 편하긴 한데, 저같은 젊은 사람들은 못해요. 이미 그 일 하려고 수십명이 대기표 뽑고 있는데, 퇴직을 안하니깐요..허허" 사실 교대로 해도 될법 한 일인데, 환경미화원 업무에 있어서도 사다리 걷어차기는 있는 모양이다.
나의 대화에 흥미를 붙인 고객깨서는 이런 저런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해 주기 시작했다. 재활용 유리병이 깨져 죽을 뻔 한 일, 수거 속도보다 차량 속도가 너무 느려 출근길 무렵 뒤따르는 차량운전수가 주먹다짐까지 갈뻔한 일...수많은 에피소드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주5일제로의 전환.
환경미화원들은 기본적으로 일요일 빼고는 토요일도 일을 해야한다.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까지 합쳐총 52시간을 주6일로 나눠 일을 했는데, 정부측에서 이제 주5일로 바꾸라는 것이다. 주5일이 되면 연장근로를 할 수 없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주6일에서 주5일로 바뀌면 두손 들고 찬성할 일인데 초등학교 4학년 딸과, 이제 갓 태어난 아들, 두 자녀를 둔 가장은 하루 일당이 날라 갈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잡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내 몸은, 내 마음은 이미 내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것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어느 부모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