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급여 1억을 주려면 매출 월 5~6억
월요일은 대리기사들에게는 참 일 나가는 것고 그렇고 그렇다고 집에 있기도 애매한 요일이다.
월요일부터 술자리를 갖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낮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금방 빠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영상의 날씨이기에 산책 겸 해서 대리기사 어플을 켜고 걷고 있는데, 출발지가 바로 앞이다. 수락을 누르고 출발지로 갔더니 고객이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거리다 보니 고객이 전화가 온다. 이런 경우가 제일 난감하다. 정중하게 어디쯤 있냐고 묻는 고객도 있는 반면, 받자마자 욕설부터 날리는 고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녁 8시밖에 되지 않은 시간에, 고객이 출발지로 찍은 곳에 도착해서 전화가 왔다는 점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전화를 받았더니, 역시나 중년의 남성분이 "죄송합니다. 출발지가 주택지여서 큰 주차장으로 찍었습니다. 그 주차장에서 건너편 쪽으로 와 주세요" 중후한 목소리에 그렇게 많이 취하지 않았다.
멀리서 대형 세단 차량이 비상용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멋진 성공을 이뤄낸 사업가인 것처럼 보였다. 대리를 하면서 느끼는 게 고객들이 2 부류로 나뉘는데 대리기사와 같이 앞에 타는 분, 그리고 대리기사에 차를 맡기고 뒤쪽에 타시는 분 이렇게 나눠진다. 대개 대형 세단인 경우 뒤에 타는 분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운전해 주는 것에 익숙해서 그런 거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앞쪽에 앉는 경우는 대부분 젊은 분들인데, 본인들이 매번 직접 운전을 하니 뒷좌석보다는 앞이 뻥 뚫려있는 앞자석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출발하자마자, 같이 함께 했던 동료 사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전화 "니 어디쯤이고? 대리기사 왔나? 조심해서 들어가고 또 보자이~~" 사실, 친한 친구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다정하게 술 먹고 들어가는 친구를 걱정하는 전화는 잘하지 않는 것이 보통 아닌가? 참 애틋한 친구인 것 같아. "사장님, 참 친구분이 다정하시네요."
올해 환갑이라고 한다. 20~30명의 직원을 거느렸고 사업한 지 33년째, 누가 봐도 성공한 사장님, 기업인 같았다. 그런데, 사업한 이후로 지금이 가장 위기라고 한다. IMF, 사드사태, 코로나... 사업하면서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앞으로 희망이 보였기에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는데 지금은 희망이 보이지 않아 큰 걱정이라며 월급쟁이가 너무 부럽다고 하신다.
뒷자리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뜬금없이 나에게 한 달에 직원들의 급여가 1억 정도 되는데 이거 주려면 월 매출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 아세요?라고 되묻는다. 난 이런 고객들이 너무 좋다. 스스로 뭔가 자기의 얘기를 해 주려는 분들, 이런 분들과의 대화는 항상 즐겁다.
"음.. 한 달 급여가 1억이면 매출은 한 2억이면 될까요?"
"허허허.. 그러면 내가 이렇게 한숨 쉬며 걱정 안 하지요." 라며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얘기를 쳐다보는 듯하며 웃는다. 직원이 20~30명 되는데 한 달 월금만 1억, 월 매출이 최소 5억은 나와야 한다고 하신다. 사실 사업을 해보지 않아 막연히 사업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쟁이 아닐까 싶은데, 그분의 한숨은 진짜 걱정이 많이 담긴 한숨이다. 은행 이자에 운영비에 기타 비용을 제외하면 월 매출이 5억은 되어야 하는데 올 1월은 설날 연휴가 많고 2월은 근무일수가 작아서 참 힘든 시기란다. 은행에 대한 섭섭함도 감추지 않으셨다. 경기 좋을 때는 돈 좀 빌려 가라고 그렇게 연락이 오더니, 요즘 같은 경우 이자만 조금 지체되어도 바로 연락 온다면서 예전에는 그래도 상호 간의 믿음과 정이 있었는데 요즘은 점차 그런 것이 사라져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딸부자 사장님이셨다. 딸이 3명인데 아직 아무도 시집을 못 갔다면서 다 시집보내면 사업 접고 쉴 거라고 하시는데, 아마 이건 거짓말인 것 같다. 한평생 일 한 사람은 쉴 수가 없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쉬어야지 하면서 진정 쉬는 사람을 못 봤다. 이런 분들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일을 손에 놓을 수가 없다. 내리면서 큰길로 쉽게 가는 지름길을 알려주시는 사장님, 건승을 기원해 본다. 힘든 시기가 지나면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