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할 수 없는 선택의 구조에 대하여
7화
윤리를 어긴 선택은 왜 숨겨야 할까?
윤리를 어긴 선택은
대개 숨겨진다.
처음부터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서다.
윤리를 어긴다는 건
누군가를 해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대부분은
조금 더 편해지기 위한 선택이고,
조금 덜 설명하기 위한 결정이며,
조금 더 유리한 위치로 가기 위한 판단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숨길 이유가 없어 보인다.
누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당장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리를 어긴 선택에는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
그 선택은
그대로 공개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윤리를 어긴 선택은
대부분 “나에게만 허용된 예외”이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의 다른 사람이
똑같이 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없는 선택.
그게 윤리를 어긴 선택이다.
그래서 이 선택은
공개되는 순간
설명이 필요해진다.
왜 나는 괜찮은지,
왜 이 상황은 예외인지,
왜 다른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지.
설명이 길어질수록
선택은 점점 불안정해진다.
설명은
선택을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비난과 불편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숨긴다.
대부분은
숨기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윤리를 어긴 선택에는
거짓말이 따라붙는다.
의도해서라기보다
구조적으로.
모든 걸 말하지 않는 것,
일부만 말하는 것,
맥락을 줄이는 것,
책임을 분산하는 것.
이것들은
거짓말의 다른 형태다.
윤리를 어긴 선택은
그 자체로
공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를 조정해야만
유지된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잖아.”
“상황이 복잡했어.”
“다들 그렇게 해.”
이 말들은
선택을 정당화하는 말이 아니라,
선택을 숨기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건
거짓말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왜 거짓말을 하게 되는지의 구조다.
윤리를 지킨 선택은
숨길 이유가 없다.
누가 물어도
그대로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선택을 권할 수 있다.
윤리를 어긴 선택은
그 반대다.
말할수록
설명이 필요해지고,
설명할수록
기준이 흔들린다.
그래서 침묵이 늘어난다.
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침묵이
선택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리를 어긴 선택을
한 번 숨기기 시작하면,
그 이후의 선택들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말을 기억해야 하고,
맥락을 맞춰야 하고,
누구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관리해야 한다.
윤리를 어긴 삶에서
자유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관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이 지점에서
나는 다시 아이들을 떠올렸다.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는 해도 되고,
어떤 이야기는 하면 안 되는 상태.
아이에게
“이건 밖에서는 말하지 마.”
라는 문장을
가르쳐야 하는 순간.
그때 깨달았다.
윤리를 어긴 선택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 선택은
아이에게
선별적 정직을 가르친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윤리를 어긴 선택의 가장 큰 비용은
불편함이 아니라
정직을 나눌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윤리를 어긴 선택은
결국 숨겨진다.
그래야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 회차에서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말은
정확히 남기고 싶다.
윤리를 어긴 선택은
거짓말을 해서 숨겨지는 게 아니라,
숨겨야만 유지될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에
거짓말이 따라온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 질문으로 이어가려 한다.
당당하면 되지 않나?
왜 그건
정말로 가능한 선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