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순간에도 기준을 남기는 법
18화
이 질문은
사실 처음부터
답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윤리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 선택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이 선택은
언젠가 흔들릴 것이다.
상황이 바뀌고,
조건이 달라지고,
내가 지칠 때가 오면
분명 다시 계산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끝까지 지키느냐가 아니라,
흔들릴 때
무엇이 남아 있느냐였다.
윤리는
강한 의지로 유지되는 기준이 아니다.
의지는
언제든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는
구조로 유지되는 기준에 가깝다.
선택을 할 때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건 옳은가?”를 묻는 대신,
이미 정해둔 질문을
그대로 다시 꺼내는 것.
이 선택을
아이에게 말할 수 있는가.
아이에게
같이 권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양지에서
같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윤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다만
윤리를 벗어나는 순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윤리는
완벽하게 지켜질 필요가 없다.
대신
어디서 무너졌는지는
알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윤리를 어기는 순간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순간을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기준이 남아 있다면,
그 기준은
다시 돌아올 좌표가 된다.
윤리를 선택한 삶이
늘 안정적인 건 아니다.
오히려
불안정한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온다.
왜냐하면
계산이 쉬운 선택을
일부러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선택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윤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윤리를 벗어났을 때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엄마도 흔들렸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
그리고
그 말 뒤에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
라고 덧붙일 수 있는 상태.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윤리는
항상 지켜지는 기준이 아니라,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준이다.
그래서 이 선택은
끝까지 유지되는가라는 질문보다는,
얼마나 자주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나는
이 질문을
앞으로도 계속 붙잡을 것이다.
아이 앞에서,
타인 앞에서,
그리고
나 자신 앞에서.
다음 회차에서는
이 연재의 모든 질문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왜 나는
알고도
이 선택을 내려놓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