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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

by 김근상

올해 설 때의 일이다.


작년 11월 10일에 결혼을 한 딸아이가 사위(딸아이 호칭 ‘00 오빠’)와 함께 우리 집을 방문했다. 나는 결혼하기 전에 살던 우리 집이 딸아이로 보면 이제 ‘친정’이 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친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엄마 아빠 집’이라고 한다.

아내는 사위가 결혼하고 첫 명절에 우리 집에 온다는 것을 알고 갈비찜, 잡채, 묵무침, 무나물, 호박전, 녹두전, 생선전, 청국장 등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다. 나는 음식 도우미 및 설거지를 자청해서 옆에서 보조했다. 김장할 때 외에 아내의 주방 도우미를 전에도 한 적이 한두 번 있었지만 이렇게 장시간(4시간) 동안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내는 음식 솜씨가 매우 탁월하다. (물론 내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일급 셰프들이 만든 한정식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아내표 음식 맛이 내게는 훨씬 안성맞춤이랄까,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아내가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내가 아내와 결혼을 참 잘했다’ 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딸과 사위는 오후 6시에 정확히 도착했다.

우리는 먼저 세배받고 덕담을 건네며, 세뱃돈을 아내는 딸에게, 나는 사위에게 주었다.

둘은 나와 아내가 만든 음식상을 보고 엄청나게 좋아했다. 우리는 음식을 먹기 전에 인증사진을 남겼다. 왜냐하면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사위는 결혼 전에 우리 집에 초대해 음식을 먹어본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때도 감탄했지만, 이번에는 반찬의 종류도 더 다양하고 맛이 더 있었던지 탄성을 자아내며 맛있게 먹어 주었다.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딸과 사위가 사 온 윷놀이를 했다.

우리부부 대 딸부부 2만 원 내기였다. 윷을 던지면 도, 개, 걸, 윷, 모가 나온다. 두 팀은 작전을 짜, 업기도 하고, 달아나기도 하고, 잡기도 하고 잡히기도 하며, 엎치락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때로는 웃기도 하고 한숨도 쉬고 후회도 하며 탄성도 지르며 설날 밤을 채워갔다.

결국에는 우리부부가 3:2로 졌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하게 돈은 우리부부가 만 원을 땄다.


왜 그럴까요?

궁금하지 않나요?

알아 맞춰보세요?

.

.

.

답은, 네 판까지는 2만 원을 내기를 했지만 마지막 판은 □만 원 내기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게임에서 졌는데 오히려 딴 것이 미안해 딸에게 만 원을 주었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딸·사위 배웅을 마치고 올라왔더니 탁자 위에 만 원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딸이 자기들이 준비한 설 상품권 액수보다 두 배로 세뱃돈을 받아 미안해서 놓고 갔을 거야”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딸의 생일 이틀 전에 딸이 좋아하는 초밥을 사주기 위해 점심시간에 일식집에서 딸만 다시 만났다. 나는 윷놀이로 딴 만 원을 주었는데 ‘왜 놓고 갔냐?’고 살짝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딸의 대답에 우리 부부는 박장대소했다. 우리는 딸부부 선물의 두 배를 세뱃돈으로 주어서 잃은 돈 만 원을 돌려받는 것이 미안해서 일부러 놓고 갔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단순히 챙기지 못해 탁자에 놓고 까먹고 와서 후회했다는 것이다.

‘아아! 이렇게 같은 상황을 놓고도 이렇게 생각이 다르구나!’

(25.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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