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공장에서 일만 했던 사람이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참 신기했다. 그 사람의 소설책 <회색 인간>을 사서 읽어 보았다. 퍽이나 공상적이었다. 그런데 꼭 끝에 반전이 있어 재미가 있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상현도서관이 있다. 복지관 수업과 약속이 없는 날은 그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 우연히 광고판에 김동식 소설가의 강연이 있었다.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진다’라는 강연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회색 인간>의 저자가 맞았다. 죽전도서관. 4/19일(토) 마침 나의 일정을 보니 비어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하였다.
김동식 작가의 첫인상은 수수하고 평범하여 이웃집 젊은이로 보였다. 강당 안에는 많은 사람이 그의 삶의 냄새에 취해보려고 모였다. 초등학생부터 중고생, 대학생, 장년층 매우 다양했다.
그는 외삼촌이 운영하는 성수동 작은 주물공장 지하에서 일했다. 알루미늄 국자로 쇳물을 옮기는 아주 단순한 작업을 매일 했다. 단순한 작업을 날마다 했으니 얼마나 지겨웠을까. 거기서 일하는 10년 동안 공상을 엄청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30살 되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심지어 공장에서 일한 10년을 ‘잃어버린 20대’라고 표현했다.
2016년 5월부터 오늘까지 300여 편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3일에 한 편의 소설을 썼다.
서울특별시 성수동에 있는 공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벽을 보고 앉아 주물 틀에 아연 물을 넣어 지퍼나 단추, 액세서리를 만들면서 머릿속에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만들어 낸 이야기를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에 '복날은 간다'라는 아이디로 올리기 시작했다. 2016년 5월 첫 작품을 올린 이후, 독자들의 맞춤법 지적이나 조언을 받아 가며 3일에 한 편, 어떨 때는 하루에 2편씩 자신의 상상을 글로 써서 올렸다. 그전까지 책 자체를 거의 읽어 본 적 없었던 김동식 작가는 자신이 올린 글에 달린 댓글들과 재미있다는 칭찬에 고무되고 피드백을 통해 점점 글 쓰는 실력이 늘어갔다.
-네이버, 김동식(소설가) 나무위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운이 좋았다.
둘째 꾸준함이었다.
셋째 태도가 좋았다.
특히 ‘태도가 좋았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댓글에 최대한 빠르면서 겸손한 어투로 진정성을 보였다고 했다. 악성 댓글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작가님은 천재요’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요’ 등 건전 댓글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다. 그러면서 악플 대처법을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현실에서도 나도 싫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라며 악플에 맞서지 않았다. ‘그냥 지나간다. 젊었을 때는 모두의 마음에 들고자 했다. 그것이 시간 낭비다’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또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글을 쓰기 전에 서두-줄거리- 결말까지 머릿속에서 완성한 후에 책상에 앉는다고 했다. 글을 쓰다가 완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중간에 막히면 결말을 먼저 쓴다는 것이다. 중간에 줄거리를 쓸 때는 오타에 신경 쓰지 말고 써야 창의성을 계속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글을 완성하는 버릇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휘 선택을 할 때도 ‘독자가 가독성이 있어야 한다’라면서 쉬운 말로 썼다. 하지만 동어 반복은 최대한 피했고 문장을 쓸 때 단문으로 쓴다는 것이다.
내 생각과 많은 부분이 닮아 공감이 되어 좋았다. 나는 수필을 더 열심히 쓰되 겸손하며 꾸준하게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25.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