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마르디히말을 걷다

by 김근상

26년 1월 20일, 겨울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히말라야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천공항에 모였다. 오전 10시 30분, 집결지에 모인 동료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레임이 교차했다. 네팔 카트만두로 향하는 비행기는 장장 7시간 30분을 날아 우리를 낯선 땅에 내려놓았다. 다행히 직항편이라 기내에서 한국 영화 두 편을 보며 무료함을 달랬지만, 비행기 문이 열리고 훅 끼쳐오는 카트만두의 공기는 영화보다 훨씬 더 강렬한 현실이었다.

공항에서 SUV에 몸을 싣고 호텔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카트만두의 첫인상은 '혼돈' 그 자체였다. 좁은 길목마다 먼지가 자욱했고, 정돈되지 않은 거리는 지저분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마저도 히말라야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다. 시내를 잠시 걸으며 이 이국적인 풍경이 내 인생의 어떤 페이지로 기록될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우리는 포카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0분 남짓한 짧은 비행 끝에 도착한 포카라는 카트만두와는 또 다른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우리는 곧장 두 대의 SUV에 짐을 나누어 싣고 마르디 히말 트레킹의 시작점으로 향했다. 도로는 금세 비포장 산길로 바뀌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몸은 사정없이 흔들렸고, 창틈으로 들어오는 흙먼지는 코끝을 간지럽혔다. 멀미가 올라와 속이 울렁거릴 때쯤, 차는 비로소 우리를 산자락 한가운데 내려놓았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두 발에 의지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가이드 겸 포터인 '후배디'와 우리들의 짐을 짊어진 네팔 포터들이 앞장섰다. 자신의 몸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카고백을 머리 끈 하나에 의지해 이고 걷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다. 우리는 주머니 속에 넣어온 사탕과 초콜릿, 비스킷을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그들이 연신 내뱉는 "단야바드(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우리 사이의 언어 장벽을 허물어 주었다.

고개를 드니 안나푸르나 봉과 마차푸차레 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눈부신 설산의 장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감동도 잠시, 산길은 가파른 '고바위' 계단의 연속이었다. 무려 10일간 이어질 이 여정의 첫날 묵을 곳은 피탐 데우랄리 롯지였다.

히말라야의 밤은 혹독했다. 난방 시설이 전혀 없는 방 안에서 나는 친구 승훈이와 함께 추위와 사투를 벌였다. 미리 준비한 핫팩을 허리 아래 깔고, 침낭 속에 몸을 구겨 넣었다. 그것도 모자라 1리터 물통에 뜨거운 물을 사서 배 위에 올리고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미지근한 물로 대충 씻었던 리더 한범이는 결국 다음 날 아침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콜록거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우리는 다시 신발 끈을 묶었다.

다음 날 아침, 고양이 세수조차 사치였던 우리는 코인 티슈에 물을 묻혀 얼굴과 발을 닦아냈다. 마당으로 나서니 물웅덩이에 비친 안나푸르나의 반영이 실제 봉우리와 대칭을 이루며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 장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다시 힘을 냈다.

둘째 날의 목적지는 로우캠프였다. 다행히 길은 어제보다 험하지 않았고, 주위의 나무들은 한국의 여름처럼 푸르른 빛을 뽐내고 있었다. 겨울임에도 생명력이 넘치는 숲길을 걸으며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순조로운 걸음걸이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더 높은 고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문득 멈춰 서서 산맥을 바라보았다. 내 인생에 히말라야를 직접 걷게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 거대한 자연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발끝에 닿는 흙의 감촉과 차가운 공기, 그리고 함께 걷는 동료들의 숨소리가 이것이 꿈이 아닌 생생한 삶의 순간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더 높은 곳, 더 깊은 산의 품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2026.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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