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나더라이프 Oct 26. 2022

훈수두지 말자.

(훈수)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은 바로 훈수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훈수당하는 것에는 날을 세우면서도 무의식 중에 다른 사람에게는 훈수를 둔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훈수를 두지 않을지 생각해보자. 나부터 변하자.



1. 훈수 두는 이유가 뭘까?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나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는 자아도취에 빠지면서 자기 우월감을 느낀다. 훈수를 두고 선생 역할을 하며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는 타인을 보며 자신이 낫다고 생각한다.


우월감은 열등감 콤플렉스로부터 생긴다.(열등감 콤플렉스는 정신의학자인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서 사용된 용어다.) 열등감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따라서 '열등감'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전한 열등감은 오히려 '이상적인 나'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열등감'이라는 감정에 빠져서 열등감 콤플렉스로 발전하게 된다면 우월감을 통해 열등감을 채우려고 한다. 남을 비하하고, 남을 판단하고, 자기를 자랑하는 행동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문제는 훈수를 둘 때는 저런 무의식의 작용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움을 준다는 명분으로 훈수가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다. 좋은 취지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의도는 내 관념일 뿐이고 말로 내뱉어진 언어만이 현실에서 영향력을 끼친다.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나쁘면 나쁜 것이다. 상처를 주거나, 불편함을 줬다면 그냥 그런 것이다. 현실은 내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세계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잘 되라는 마음이었어도 상처를 줬으면 상처를 준 것이다. 친구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어도 상처를 줬으면 상처를 준 것이다. 연예인, 유튜버들에게 조언을 한답시고 악플을 단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들에서 자신의 의도에 집착한다. 부모 노릇을 잘 하고 있다는 안도감, 친구 노릇을 잘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 지적하고 비판한다. 건전한 가치관, 윤리적 기준,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고상한 자신을 위해 이 사람, 저 사람 판단하고 조언한다.


"다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맞는 말 했잖아?", "내 마음 알지?"


어떤 사람을 돕고 있다는 자신의 선한 마음, 내가 하는 말이 합리적이라는 냉철함에 주목하며 자존감을 높인다. 그런데 그 자존감을 높이는 방식에 누군가는 상처 입는 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 한다. 그저 자신의 의도를 드높인다. 보이지 않는 의도는 드높이고 부풀리면서, 실제로 영향력을 갖는 말과 행동은 조심하지 못 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실제로 어떤 영향력을 갖는지 생각하지 못 한다.




2. 훈수에 지친 사람에게 발생하는 부작용


훈수 두는 것을 너무 조심하다 생기는 새로운 문제도 경계해야 한다. 냉소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훈수병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들은 관심에 지친 나머지 본인도 남들에게 관심을 안 준다. “관심을 받지도 않고 관심을 주지도 않는 게 차라리 낫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훈수와 관심은 다르다. 관심, 그 자체만 보면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관심은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이다. 나에게 관심 가져주는 사람은 고마운 사람이다. 지레 겁먹어 표독스럽게 사람을 쳐내지 말자. 고슴도치가 되지 말고 타인의 소외된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3. 어떤 태도를 지향해야 할까?, 훈수에서 관심으로


타인의 과제에 대한 관심 말고 타인 그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 타인의 과제는 그 사람의 몫이고 내 과제는 내 몫이니 내가 책임져야 할 것에 신경을 쓰자. 타인의 자극적인 문제에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지 말고, 타인의 존재에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자.


타인의 업적, 결과물, 문제, 경제력보다 타인의 흥미, 취향, 추억, 일상에 관심을 가져보자.


자극적인 문제를 입방아에 올리며 흥미를 채우려 하지 말고, 타인의 존재를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을 나누자. 정말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면 상처 주기 싫었을 것이다. 상처받을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사랑도 나누고 싶었겠지만 문제를 풀고 싶고, 정답을 열거해보고, 가르치면서 자존감도 얻고 싶은 이기심이 우선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훈수병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열등감, 부정적인 사고와 관점, 문제 해결 중독 등 많은 사고 패턴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훈수 두지 않고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나와 상대방의 세계를 존중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것을 바라보자. 문제를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결점은 항상 있다. 훈수를 두고 또 둬도 훈수 거리는 계속 생긴다. 그게 문제의 본질이다. 사람과 삶은 항상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행복하게 살면 된다. 타인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면, 지적하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때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고칠 것은 내 삶이고 나다. 나야말로 고칠게 많다. 그냥 묵묵히 내 삶을 개선하다 보면 오히려 영감을 줄 수도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2 x 2 = 4, 1/2 x 1/2 = 1/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