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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찬바람을 동반하며 수은주가 뚝 떨어지니 따뜻하고 포근한 음식이 생각난다. 하지만 바쁜 아침, 지친 퇴근길에 국물 요리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땐 수프가 제격이다. 수프를 미리 넉넉하게 끓여 놓으면 필요할 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다.
보통 수프는 메인요리에 딸려 나오는 ‘조연’으로 여긴다. 학생 때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간 패밀리 레스토랑의 양송이 수프, 부모님이 가끔 데려가신 경양식집의 크림 수프는 곧 나올 메인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주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맹추위를 뚫고 찾아간 프렌치 비스트로에서 어니언 수프를 먹고 감탄한 적이 있다. 맛있고 간편한 한 끼로서의 수프의 재발견이었다고 할까.
우리가 평소 쉽게 접하는 수프는 단호박, 야채, 옥수수 등에 ‘루’라고 하는 버터와 밀가루 혼합물로 농도를 조절해서 만든다. 수프는 재료에 얽매이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 만들면 나만의 시그니처 수프를 만들 수 있다.
오늘은 만년 조연 수프를 식탁 위 주연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우엉 수프’는 겨울철 대표 뿌리채소 우엉과 두유, 감자, 양송이, 양파를 푹 끓여 만든 부드럽고 달콤한 수프다. 우엉이 많이 들어가지만 끓이면서 특유의 떫은맛과 흙냄새가 사라져서 평소 우엉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스케줄이 있는 아침, 수프를 후후 불어가며 먹었다. 속이 든든해지고 찌뿌둥하던 몸에 에너지가 생겼다. 시간이 없어서, 귀찮아서 자주 끼니를 거르는 가족을 위해 만들어 두는 것도 좋으리라. 마음이 담긴 수프 한 그릇이 소중한 가족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
영양을 듬뿍 담은 부드럽고 달콤한 ‘우엉 수프’ 만들기
재료 :
우엉 1대, 두유 400mL, 양파 반개, 양송이 3개, 소금 1작은술, 감자 1개, 후춧가루 약간, 올리브유 2큰술
만들기 :
1.우엉은 껍질을 벗겨 썰어준 뒤, 양송이는 채썰어준 후 ,양파, 감자는 껍질을 벗겨 얇게 채 썰어준다.
2.중간 불로 달군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른 뒤 양파를 넣고 3분간 볶아준다.
3.우엉, 감자, 양송이,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3분 정도 더 볶는다.
4.두유를 붓고 수프가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 뚜껑을 덮고 10분간 끓여준 뒤 믹서에 넣어 곱게 갈아준다.
연출하기 :
완성한 우엉 수프는 원형 접시에 담고, 큰 흰색 타원형 접시 위에 올린다. 접시 한쪽에 바게트를 곁들이면 한결 든든한 식사가 된다. 구워서 꿀을 바른 우엉을 수프 위에 가니쉬로 올리고 후추를 뿌려 마무리하면 레스토랑 비주얼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