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세상을 마감했다.
아름다운 그녀가 하늘로 올라갔다.
그녀
엄마 같은 친구, 영원한 외국인 나의 친구.
하늘처럼 넓고 바다처럼 깊은 어린아이의 미소를 품은 그녀.
BEA. BETTY
일본에서 태어나 하와이에서 교육을 받고 코네티컷에서 살다.
로스 앤 젤러스에서 그녀는 평화롭게 마침표를 찍었을 것이다.
가벼운 심장마비 이후 심한 알츠하이머로 병원에 있던 그녀.
우리의 추억이 자리한 그녀의 어딘가에 나는 사랑과 아픔을 보낸다.
내 고단했던 젊은 날 어리고 실수투성이이며 겁 없이 인생을 도전하던
철부지 내게 선물로 다가온 그녀를 이젠 아주 잃었다.
한 사람의 벗을 보냈다. 오래도록 사랑하고픈 친구가 또 떠났다. 가고 오는 것이 인생의 불변의 진리이지만 여전히 먹먹한 이 심정을 어찌하나.
그녀는 말이 안 통한다고 불평하고 주인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며 내가 미국을 떠날 때도 예외인 분이었다. 말이 조금 안 통해도 불편하지 않은 상대를 살면서 몇이나 만날 수 있단 말인가. 타인인 상대에게 온통 베풀기만 하고 이해와 관용으로 살기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아 이제 뒤늦은 후회를 하는 나는 또 얼마나 어리석은가.
거리가, 물질이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을 나는 잊고, 언젠가 ~라는 단어에 매여 미루는 게으름과 핑계로 삶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
전화선을 타고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녀의 순수한 목소리를 한 번 만이라도 듣고 싶다.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해 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20대에 만난 사람 중에 당신이 첫 번째로 귀한 외국인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미 첫 만남에 당신은 나의 가족이 되었다고 전하고 싶다.
우리가 함께 다니던 공원과 시간들을 기억하느냐고 묻고 싶다.
봄이면 고사리를 뜯고 여름이면 해가 질 때까지 바닷가를 지키다 물새들의 비상을 보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나는 묻고 싶다. 독립기념일 강가에 퍼지던 폭죽의 향연과 웃음이 여전히 내 가슴에 있는데, 가을이면 사과밭을 수없이 다니고 11월 추수감사절 날 터키와 파이로 우리의 식탁은 얼마나 풍성했으며 12월의 크리스마스는 방안에 밝힌 트리와 당신이 준비해온 아이들의 선물로 가득 찬 그 방을 기억하는가 묻고 싶다.
내게 사랑한다고 많이 많이 말해 주어 고맙고 우리 가족에게 진정한 사랑의 전도자였다고 전하고 싶다.
친구이자 스승인 비 여사님 이제 영원한 쉼을 가지시는 당신을 가슴에 꼭 품은 채로 나의 사랑과 함께 하늘로 띄워 보냅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