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박자박 걸어요 (김홍신 에세이)

by 김인영



안타까운 뉴스가 며칠째 나오고 있다. 네팔에서 비행기가 추락했고 그곳에 두 명의 한국인이 탑승했으며 그들의 생존은 미확인 상태라고 했다. 난 비극적 상황에 마음이 아팠고 부디 한국인 탑승객이 무사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부자지간인 그들은 생을 마감했다.

히말라야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고 했다.


마침 김홍신 작가의 에세이 `자박자박 걸어요. 읽기를 마친 후이다.

작가의 말머리에서 *소중한 것들은 바로 내 옆에 *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들이 곁에 없다.

작가는 히말라야 등반의 경험에서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이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꺼내드는 진통제는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잘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다. 고통을 겪어야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오르면 행복해진다. "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잃어버린 기쁨. 해결된 배고픔 대신 배 아픔을 해결 못한 우리의 현실에 따스한 이야기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마음을 열어놓고 행복, 희망, 건강, 기쁨을 향해 자박자박 다가가며 책의 목차와 함께 글을 발췌해 본다.


1장 여유와 쉼이 필요한 당신에게

*때로는 한눈팔며 살아 보세요*. 강연을 위해 지방을 내려가던 중 잘못 탔다고 생각한 KTX가 경로를 조금 달리하여 운행하는 예정보다 35분이 더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자 손해 본 35분에 짜증이 올라왔으나 마음을 추스른 후 바라다 보이는 같은 풍경은 즐김의 장이 되었다. 단풍이 물든 시골길, 연기 피어오르는 농가, 꼬리를 흔들며 달리는 기차를 쳐다보는 정겨운 강아지도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살면서 조급증을 부지런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온 작가에게 지인은 조용히 충고하더란다.

‘자박자박 한눈팔며 살아보세요,라고.

나 또한 가슴이 철렁했다.


2장 나다움과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 아름답게 늙어가기 *

강연장에서 만난 팔순의 노인에게 지금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은 후 가족과 화목하지 못했고 돈 버는 데만 열중하고 잘 쓰지도 못했으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고 답하며 또한 근심 덩어리를 끌어안고 일에 파묻혀 잘 놀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단다. 그이는 반성문 쓰듯 그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썼다. “앙드레 지드라는 작가도 사람이 아름답게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거라고 했답니다.”라고

큰 과제가 내 앞에 있구나.


3장 따로 또 같이 삽시다.

* 거리에서 만난 스승 *

약속 장소로 가던 길에 참 아름다운 장면을 보게 되었단다.

지하철 입구에서 고개 숙이고 앉은 거지에게 앞을 걸어가던 여인이 천 원짜리 한 장을 거지 앞에 놓곤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하더란다. 오천 원은 조금 많은 것 같아 한 장 있던 천 원을 들고 좋은 일을 한다며 다가가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그 여성처럼 두 손을 모아 절을 했단다. 여인보다 앞질러 그녀 앞에 멈춘 후 따라온 이유를 솔직히 말하고 자신의 책을 드리고 싶다고 했으나 말씀만으로 이미 책을 받았다며 스승께 배운 대로 그냥 절을 잘할 뿐이라고 답하며 짧은 만남을 끝냈다고 했다. 내게도 참 사랑을 보이신 좋은 스승이 계시는데 부족하기만 내가 부끄러울 뿐이다.


4장 사랑과 용서가 어렵습니까

* 용서도 , 사랑도, 나를 위한 것 *

용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적어 보았단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나를 치유하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것 나를 향기 나게 하는 것 나를 살 맛 나게 하는 것. 써 내려가다가 용서란 결국 사랑의 의미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5장 피하지 말고 통과하기

*인생에서 이야깃거리가 없으면 100년을 살아도 10년 밖에 못 산 것과 같고 이야깃거리가 많으면 10년을 살아도 100년을 산 것과 같다는 말을 되새기며 작가는 인생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기는 실패, 좌절에서 오는데 그것을 어떤 신호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인생에 꽃이 필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 무엇이 내게 좋은 것이었는지 지나고 봐야 알 수 있다.

맞다 유한한 우리 인생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은 다 이야깃거리이다. 통과할 일이다. 100년의 삶을 위하여~


6장 오늘은 또 어떻게 행복할까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

어느 날 서해안 바닷가 선술집에서 술을 나누며 잔을 기울이던 제자가 던진 한마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다 공짜랍니다 “

태어남도 부모에게 받은 사랑도 공기며 햇빛이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

드넓은 바다와 높은 산도 공짜다.


우리는 한 없이 고마워해야 한다. 당연한 것은 없다.

정말 좋은 것이 공짜라니 좁은 안목이 부끄럽고 세상이 다시 보인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 눈 팔며 살아보라고 생경한 말을 듣고 펼친 작가의 글이 고맙다..

정말 소중한 것들이 내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준 책 읽기를 감사함으로 마친다.

자박자박 걷자. 함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또 한 번의 문이 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