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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문이 열리다.

by 김인영

또 한 번의 문이 열리다.


2023년의 9일이 지나고 있다. 어느새 해가 조금 길어진 듯 멀리 잠실타워가 시야에 들어오는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다. 오늘은 외투를 굳이 여미지 않고 걸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새로운 만남도 갖고 더불어 의논하며 조금 설레는 시간도 갖었다.

갈 곳이, 사람이, 미소가 사라지는 나이에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걷고 배우고 함께 나누는 모임. 괜찮다.

서로 잘 알지 못해도 우리는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흡족해한다. 나이가 비슷하고 사는 동네가 근접하며 어쩌면 종교도 비슷하니 더욱 반갑다. 성별은 이제 전혀 문제가 안된다. 혹독한 기후 변화를 견디어낸 호모사피엔스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버섯이 고명으로 얹힌 돌솥비빔밥도 공통으로 시켜 점심을 먹고 커피도 똑같이 마시고 헤어졌다. 우리는 꽃 피는 봄날 여행도 계획할 정도로 마음을 맞춘다. 돌아가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종로로 여의도로 다음 약속을 위해 손을 흔들며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향기가 난다. 성실하게 삶을 살아온 분들이 보내는 사인은 다르다. 조금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누이며 오늘에야 새해를 맞이한 느낌이 든다. 2022 년의 시간들은 연초의 바람이 다 이루어진 듯 감사로 가득 찬 듯 보였다. 사금파리 같은 12월을 마감하가 전까진.


문득 내게 60세 이후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묻는 분에게 나는 처음에는 관용이라고 답했다. 세 가지만 말해보라는 그분의 다그침에 난 사람. 건강. 그리고 경제력이 아닐까 라며 답했다. 그분은 웃으며 다른 분에게 여쭈어 보아도 비슷한 답을 하더라며 덧붙이신다.

원하는 것에는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난 이제는 쉼을 갖고 살고픈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기억력도 떨어지고 몸도 전만 못해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그분의 말씀이 맞다.

건강을 위해선 좋은 취미를 가질 것을 권하신다.

더불어 사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선 봉사를 권하고 멋진 관계를 맺기 위해선 좋은 분들과 자주 만나서 소통을 하고 나이 들수록 타인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될 것을 말씀하신다, 가능하면 꿈을 하나 정해놓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한 해를 보내라고 덕담을 보내신다. 참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때는 꼭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뵐 때에 한해서 주머니를 열라고 하신다.

일 거리를 찾아보고 좋은 취미를 찾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함께 살며 나누는 2023년이 재미있고 멋진 해가 될 것을 기대한다.

열린 문으로 건강과 관계와 물질의 복이 마구마구 들어오는 한 해를 기도한다.


신년시 (新年詩) 조병화


흰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는


그 무한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대지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에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일월의 이 회전 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약속된 여로를 동행하는

유한한 생명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

가까이 이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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