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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날

by 김인영


종이비행기 / 양계향


날아라 비행기야

푸른 하늘 날아라

동동 흰 구름

정답게 팔짱 끼고

우리들

마음 가 닿는

끝 끝까지 날아라.


종이비행기를 접는 아이들이 많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도와 비행기를 접는 어른들도 마음의 비행기를 접으며 여전히 꿈 꾸며 멀리 그리고 높이 나는 상상을 한다. 혼자 가면 외롭고 힘든 길을 흰 구름 벗하여 함께 하는 비상. 생각만 하여도 기분이 좋다.

끝까지 갈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상상의 빈곤은 나를 슬프게 한다. 나이가 들어 꿈꾸며 마음껏 날아오르던 날에서 멀어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동안을 유지하는 것에 마음을 쓰지 말고 동심을 잃을까 염려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적은 것이 크게 느껴지던 어린 날이 있었다. 그 해의 여름은 많이 웃었고 그래서 기뻤다. 타인의 기쁨이 나에게 전이되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늘 함께였다. 가족의 이름으로 이웃과 친구의 울타리로.


얼마 전의 일이다. 나는 집 근처의 우체국을 갔다. 방문 때마다 너 댓 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명절이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이런저런 이유로 때로 작은 상자 2호 박스나 3.4. 호 상자를 이용하며 비 서류용지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넣고 마지막 사인을 하곤 이번엔 얼마 만에 태평양을 날아가 기쁨을 되돌려 받게 되나 늘 생각하곤 한다. 때론 마감 시간에 임박하여 부치기도 하고 토요일이 걸려 이틀이 늦어진다고 생각하면 일찍 서두르지 않은 것을 자책하기도 하곤 한다.

그날도 소포 상자를 단단히 고정하고 저울에 올려놓고 기다리노라니 전화통화를 끝낸 국장님이 손을 마주치며 웃음꽃을 피운 채 자신들의 우체국이 전국에서 2등을 했다고 직원들에게 알리며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늘 소박한 모습으로 앞서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국장의 모습이 익숙한 내겐 그날의 기쁨은 그녀의 말처럼 성실히 개미처럼 일한 대가요 소득임이 분명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그곳을 나와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료와 아주 작은 간식거리를 전해주며 내 나름대로 축하를 해주고 돌아왔다.

같은 날 오후에 아름다운 마음을 전해 들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복 중의 7월에 버스를 모는 운전기사님은 한강에 걸린 아름다운 무지개를 촬영하려는 30여 명의 승객들을 위해 아주 잠깐 다리에서 운행을 멈추고 쉼을 갖었다는 기사를 접한 것이다. 흔들거리는 차 속에서 만나기 힘든 아름답고 선명한 하늘의 약속인 무지개를 안정된 자세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너그러움이었다. 아마도 기사님은 여기저기서 눌러대는 스마트 폰의 영상들이 사랑의 전도사가 되어 사방으로 퍼지는 희망의 목소리와 빛을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사라지지 않은 동심을 간직한 그분은 긴장의 연속인 운전도 즐기며 일을 하시는 분이라고 짐작한다.

며칠 후 다시 우체국을 찾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는 내게 직원 중 한 분이 건네주는 봉투엔 한 보따리의 옥수수가 들어 있었다. 그들은 지난번 내게 받은 작은 선물이 감사했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찰지고 맛있는 옥수수는 내게 하늘로 올린 접어 올린 비행기였다.

나는 소망한다.

함께 작은 종이비행기를 접자. 그리고 흰 구름과 함께 팔짱을 끼고 하늘 높이 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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