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연주곡을 검색했고 자판을 두드렸는데 글은 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첫 번째 시도였다. 밖은 사라지지 않은 어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실내는 온도를 올리지 않은 차가운 냉기로 등줄기엔 찬바람이 휑하니 시린 마음에 옷을 덧입힌다. 방안을 채운 58분짜리 피아노 위 선율을 들으며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누군가의 기쁨이 된 적이 있을까. 산다는 것은 사막을 헤매는 것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속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낙타의 등에 업혀 지치도록 먼 길을 걷다가 이슬 내린 그곳에서 거죽대기 걸치고 몸을 마는 것. 그곳에도 누군가는 벽을 둘러 자신만의 담을 쌓으며 밤하늘을 밝히는 수많은 별을 보며 노래를 부르리라. 때로 빠르게 때로는 쉼을 가지며 손에 잡은 기도를 놓지 않으리라.
아들이 태어나고 그 아들의 아들이 태어나 사막을 수놓는 양귀비꽃의 바다에서 불시착한 비행기를 바라본다. 아 타지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 별이 뜨는 곳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이 광활하고 황량한 곳을 벗어나면 비밀이 있었구나. 목동은 지팡이를 집어 들고 쫓던 양 떼를 밀쳐낸다.
아침이 된다. 다시 태양은 사막을 점령하지만 더 이상 뜨거운 열기가 나를 가둘 수는 없다. 새로운 샘이 어딘가에 마르지 않은 샘 하나 희망이 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을게다. 피아노의 연주는 계속되고 목동의 순례는 시작되었다.
긴 밤
내가 앉아 태양릏 기다리는 차가운 방에도 온기가 서리기 시작한다.
아침이다. 다시 시작하는 하루에 나는 내게 아픔을 준 사람은 잊기로 했다.
내가 기쁨을 준 것도 잊기로 했다.
내가 받은 기쁨만 생각하고 내가 상처 준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선 한 것 아름다운 것 꼭 해야 될 것 그것만 생각하자.
사막에도 끝은 있고 그 길을 가는 동안 낙타도 쉼을 갖지 않던가. 그곳에도 눈 부신 석양의 아름다움이 있지 않던가.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나도 모르는 사이 너와 나 사이에 다리가 놓이고 우리는 서로의 눈에 잠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름다운 새 피파가 다녀갔다. 피아노 연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연주는 아직 진행 중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향해 걸어야 한다.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