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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n 20. 2023

이젠 떠나도 된다.(# 6 맨해튼 걷기)

18일의 행사에 맞추어 큰 딸이 도착했다.

예전의 나처럼 열정과 특별한 에너지가 넘치는 yoon은 남편과 딸을 집에 남겨 두고 왔으니 하루 있는  여유의  시간을 full로 보내자고 제안한다.

만장일치로 Tribeca에 위치한 식당을 예약하고

페리를 타고 허드슨 강을 건너 맨해튼으로 가는 토요일 오전. 나는 2분 간의 페리의 여정을 사랑한다. 복잡하고 소음으로 뒤덮인 뉴욕과 쉼이 있고 조용한 저지시티를 연결해 주는 페리는 때로 반대의 상황을 즐기는 모순 덩어리의 성향을 가진  내게 꼭 맞는 교통수단이다


주말의 뉴욕은 유모차를 끄는 아빠와 개를 동반한 엄마. 조깅을 하는 사람들. 가족 또는 친지들로 보이는 카페와 식당의  풍성한 여유로움이 보인다.

. 일을 하고 쉼을 갖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일하라 일하라 그리고 즐기라.

하늘 아래 나와 피를 나눈 가족. 마음 맞는 친구나 친척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우리 가족도 30개월 손자의 재롱과 멋진 분위기를 곁들인  음식으로 즐거운 식사를 했다.


식사 후 맨해튼을 걷기로 하고 아빠  손을 잡은  손주를   보낸 후.걷기 시작했다.

 마침 이번 주말은 아버지의 . 딸들에게서 선물 받은 셔츠를 입고 가방을 맨채   링컨센터 근처도 거닐고 내친김에 센트럴파크까지 걸었다.  거리의 핫도그를 즐겨 먹었던 우리는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복잡한 주말의 거리에서 홈리피플이 잠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 숲. 도시의 공원을 지나 5th Ave.의 숱한 관광객들 사이로 조금 멀리 , 때론 손을 잡고 엄마의 걸음을 걱정해 주는 가운 딸들에게 난 록펠러플라자쯤에서 휴식을 권했다. 마침 동성애를 지지하는 주간이어서 그들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이 꽂혀있는

광장에서 우린 시원한 물과 맥주 그리고 와인을 마셨다. 웃고 걷고. 마시고. 찬 커피도 마시고 진한 커피도 마시고  저녁이 예약되어 있는 식당까지 다시 걷기로 한다.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운 시간.


모든 것이 완벽하다. 늘 2%의 부족을 주장하는 나도 오늘은 완전한 동그라미다. 불평도 아쉬움도 들어올 틈이 없다. 우린 조화로운 한 팀이기 때문이다.

추우면 들어가 스웨터도 사고 마음에 맞는 선드레스도 집어 들고.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준비한다. 이 자유로운 도시 뉴욕에서 아쉬운 점은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인정하는 뉴욕의 법 때문에 특유의 냄새를 맡게 되고 모여서 흡연하는 젊은이들이 자주 보이는 것이다. 어쩌나 상한 영혼들이 안타깝게도 너무 많다.

드디어 초당골에 도착했다. 비지와 파전. 콩국수를 곁들인 저녁의 식사로 정하고  미리 나온 짜디 짠 굴젓과 달걀말이를  맛나게 먹는 것부터 시작하여 영혼의 음식을 먹었다고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딸들. 집에서 기다리는  사위의 저녁을 주문하는 남편. 지는 해를 바라보며 돌아오는  길. 나는 22.000보가 찍힌 만보기를 바라보며 움찔했다

많이 걸었지. 고맙다

그리고  수고했다. 다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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