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영 Jun 28. 2023

이젠 떠나도 돼요 (#  9  뉴욕을 떠나며)

새벽 4시 50분

2시간 후면 난  방을 나가 뉴왁 Newalk 공항에서 5시간의 예정인 비행기에 올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직 잠들어 있는 30개월  손자의  매끈매끈한 볼. 솜사탕처럼 달콤한 입맞춤과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스쿠터를 타고 가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며 신기해하던 것들을 놓아두고 다시 이별이다.

부모를 위해 더 베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딸의 정성이 가슴을 아리게 하고 듬직하며 적은 말 수로 내게 위로와 안정을 주던 사위와도 이별이다. 보고 싶을 거라는 장모의 투정 어린 말에 다시 또 만나자며 쿨하게 반응하는 사위가 서운하지 않다.


변함없이 먼 길 달려와 환영해 주던 친구들과

또 우리가 달려가 온종일을 보내고 돌아온 친구들이 있어 더욱 든든하고 감사하다.

타주로 이동한 벗과도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보고~ 걷고 ~마시고 ~듣고 ~먹고.

변치 않으니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 그리고 음식.

자유와 개성을 주장하지만  그  속에 깃든 배려와 사랑을 느끼고. 무질서 의 질서. 혼돈 속의 절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

앞서 달려가지만 쉼이 있는 곳.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좋은 곳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한 곳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희망의 돛단배를 띄우는 곳.


집 근처를 오고 가는

새벽 light rail  기차 정적소리는 늘 잊힌 산골의 이야기로 고요 속에 떠올랐다. 난 이 고요와 함께  들려오던 낯 설고도 익숙한 리듬을 얼마나 그리워할 것인가.


이른 시간 공항의 소음 속에서 우리의 짐을 부치는 것을 도와주던   웃음 던 Captain Mike의 음성이 귓가를 간질인다.

'Bye darling.' 

        나도 응답한다.    

'뉴욕. 뉴욕 내 사랑 뉴욕.  잠시 안녕.'


작가의 이전글 6월의 감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