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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l 02. 2023

이젠 떠나도 돼요 (#10  지아 이야기 )

이른 아침. 삼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벗하여 커피를 마시며 딸과 이야기한다

지아를 꼭 닮은 케이크

하루 중 가장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1시간. 아침 7시에 잠들어 있는 지아를 깨우며 시작하는 하루는 늘 바쁘고 기쁘단다.


철들고 나서  일로 공부로 뛰어 온 딸이다. 등록금도 장학금도  생활비조차도 부모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았다. 16세에 혼자 떨어지며  인생의 밝은 면을 보고 살자고 약속한 그날 이후 오늘까지 약속을 지키는 고마운 딸이다.

엄마가 이른 나이에 결혼한 것이 조금 아쉬워 두 딸은 실컷 공부하고 청춘이 주는 기회를 만끽하라고 늘 말했다. 그리고 행복하라고. 난 아이비리그를 언급한 적이 결코 없다. 난 성공하라고 강조한 기억 또한 없다. 자식이 행복하면 인생이 성공한 것이라고 소극적인 부모의 자세를 취했다.


33살에 학위를 받고 다른 도시로 옮길 때 이삿짐을 도와주는 청년이 있어 수월했다고 말하더니 그 이와 결혼을 했다. 믿음직한 맏사위는 서툰 한국말로 우리 가족 웃음을 선사해 주곤 했다.

결혼  후 신혼생활을 즐기고 싶다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큰 딸은 우리의 허니문 베이비이기에 내가 놓친  신혼의  여유를 즐겨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긍정의 마인드를 갖고 사는 부부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아기가 잘 생기지 않았다.


몸에 좋다는 한약도 보내고 쉴 겸 엄마 옆으로 와서 진찰도 받아보자고 권했으나 세계 최고의 의사에게 다니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오히려 날 안심 시키곤 했다. 한 해 두 해 흐르고 수차례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021년 겨울 결국 병원에서 포기하라는 말을 듣고 웃음대신 울음으로 통화를 마치던 날을 잊을 수없다.


부끄럽게도 난  마지막 통보를 의사로부터 들을 때까지 젊은 부부가 겪은 날들의 정신적 육체적 아픔을 잘 모르는 엄마였다. 병원을 다녀와 조금 아프다고 하면 쉬라고 했고 며칠 지나면 또 밝은 모습으로 통화를 하니 그저 보이는 것만 믿을 뿐이었다.


지아는 대리모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시댁 조카의 몸을 빌어 딸과 사위의 2세가 태어났다. 48세의 조카는 우리의 아이들과 어릴 적부터 뒹굴며 자랐던 친자매 같은 사이.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그녀는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힌 심리학자이다. 대학을 들어가는 자신의 딸도 남편도 , 친정어머니와  시부모님도 그녀의 제자들도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지지하는 관심과 사랑 속에 무사히 10달을 보내고 2022년 7월 7일 세상에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난  건강한 지아 Grace Kim이 오늘 드디어 첫 돌상을 받았다.

돌아보니 온통 감사한 분들 뿐이다.


지아야 지아야 사랑하는 지아야 너는 아니?

 너의 첫 호흡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길고 긴기도의 시간을. 눈물로 간구한 숭고한 사랑의 깊이를 .

지아야 세상을 밝히는 희망이 되어라.

지아야 지혜와 사랑의 사람이 되어라.

 지아야 꽃처럼 향기로운 여인.

나눔과 섬김을 펼치는 사람이 되어라.

지아야 지아야 새벽에 물을 길어 올리고

초저녁  떠오르는 별이 되어라

먼저 길을 내고 타인의 손을 잡아주고

너 보다 부족한 이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큰 사람이 되어라.

지아 그레이스 김 사랑하는 나의

손녀 딸 먼 길 와주어 고맙고 고맙다.

        ♡ 세상을 밝힐  지아 그레이스 김 

          ♡  네가 이룰 아름다운 세상 

        ♡타코와 함께 파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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