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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l 07. 2023

이젠 떠나도 돼요  ( #12  샌프란시스코 스파)

!손마디가 가늘어졌다. 밤 9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전 6시지나 일어났으니 정말 잘 잔 것이다.

어제 큰 딸 집에서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산호세의 친지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다 마침 최근에 한국 식으로 찜질방과 마사지를 겸하는 곳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들러 보기로 했다.


 워낙 물을 좋아하는 모녀들인지라 만나면 꼭 동네사우나라도  찾아가곤 하는 터라  딸이 누리지 못하는 사치 아닌 사치가 안타깝기만 하던 차이라    마음을  먹고 마사지까지 받자고 제안을 했다. 너무 기뻐하는 딸을 보고 나도 평생 타인에게  몸을 맡겨 때를 밀어본 적이 없지만 딸과 함께라면 좋은 추억이 되리라 생갹하고  시간의 스파여행을했 다.


넓은 땅 미국에서도 집값이 비싼 곳으로 유명한 산호세에 무척이나 큰 한국의 스파가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해 보이고 또 기뻤다. 고단하고 지친 삶에 비슷한 얼굴 들을 보며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새로운 시작에 힘이 되지 않을까?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점심식사 약속을 한 탓에 1시간 스파여행은 찜질방은 문도 못 열어보고 말았지만  또 한 번 세상살이의 다양성을 보았다.


내게 서비스를 해주신 분은 자신은 한국인이 아니라고 했다. 유창한 국말을 하는데? 난조금 의아했지만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그녀는 아주 아주 오래전 이민을 와서 25년 전 한국을 방문한 이래 친구도 없이(그녀가 말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친구라고) 일주일에 6일을 일한다.(쓸데없이 남의 말이나 하는 모임은 싫단다) 그녀는 한국의 세신사보다 월등한 기술로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했다. 다행히 외국손님이 많아서 비싼 돈을 지불하니 때를 세게 밀어 달라고 주문하고 트집 잡는 한국 손님은 별로 없어 다행이란다.  

난 얼마 되지 않는 여행기간에도 한국분을 만나면 말도 섞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이 분은 참 달랐다. 그녀는 내게 곧 이곳의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가 언니 동생이 있는 곳에서  계획이라고 말했다.


l내가 처음 그녀에게 몸을 맡기며 힘 드실 테니 세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에 그녀가 속으로 고마워했다는 것을 알았다. 옆에 누워있는 딸을 마사지해 주는 동료에게 몇 번씩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평생 처음 이런 곳에서 서비스를 받는 촌스러운 여인의 말을 깊이 받아 들이는 그분 이 얼마나 정에 주렸는지 혼자 가늠해 보고 살아온 송곳 같은 세월이 안타깝기만 했다.

그분의 말처럼 살기 좋은 대한민국에서 노년을 평안하고 복된 삶으로 누리며 사시길 진정으로 바란다

나는 딸을 위해 스파 상품권  장을 선물로 마련했다. 나중에 말하련다. 다음 이 티켓을 쓸 땐 미시즈 리를 찾으라고  그리고 20퍼센트 팁을  잊지 말라고. 그녀  덕분에 깊은 잠도 자고 가벼운 몸으로 우린 행복한 bay의 추억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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