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영 Jan 14. 2024

음식에 진심인 나

 

응 ❤️ 알았어 내가 가서 기다리마.

동생이 일주일 미국 여행을 다녀온단다.

내 생각엔 장거리 비행에 시차 적응만으로도 힘든데 나이아가라 폭포와 뉴욕주의  북쪽을 다녀온 후 맨해튼에서 머무는 일정이 일주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 이겠건만 효부 효자와 함께 멋진 시간을 보내려 한단다.

떠나기 전 영양보충을 시켜주겠다고 말하곤 서로 시간을 맞추다 보니 오늘이다.

지난번,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잠시 볼 일 보고  돌아와도 또 기다리던 식당이 떠올라 햇볕도 즐길 겸 일찍 나가 미리 자리를 잡겠다고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이른 시간의 백화점이 한가하여  좋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도착한 식당 앞 기계에 식사할 인원수를 집어넣다  잠시 갈등했다.

카운터에서 식사를 하셔도 괜찮으냐?라고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인내심이 바닥을 쳤던 기억에 굳이 테이블이 아니어도 좋다고  ㅇㅋ 하고 다음을 누르고 나니  대기 번호가 뜬다.

고객님은 12번째 고객님 이라던가?~

아침 식사 마치고 집을 나온 나는 이제  멋진 식당의 열두 번째의 점심 손님이 될 것이다.

서두르던 오전의 미션이 일단  끝났으니 급한 마음에 지나쳤던  판매원의 미소가 고왔던 상점을 찾아가리라.  내가  누구던가? 우리의 귀한 시간을 그저 막연한 기다림 만으로 흘려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제법 쌀쌀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점퍼와 신발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향수도 슬쩍 뿌려보고  멋진 스카프도 살펴보았다.

눈은 여기저기 점을 찍고 발은 움직이지만 나의 부재로 타인에게  양도될지도 모르는 좌석으로  마음은 달려가고 있다.


오랫동안 타지에서 생활하다 고국을 방문한 친구와 친지들의 만남이 잦은 올 가을이다.

지나온 기억 속을 들추며  나누는 이야기는 밤 늦도록 이어진다

함께 온 친구의 딸과 예비 사위가  호텔에서 양말 한 켤레를 세탁했더니 8만 원을 지불했다고 함께 분개하고 한글도 잘 모르면서 백운대를 올랐다고 기특해한다.

세월의 강이 우리가 함께 했던  젊은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지우기엔 깊지도 않고 물결이 그다지 세차지 않았나 보다. 여전히 이야기 거리가 많고 정스럽기만하다.

어느 곳에서 어느 시간에 만나던지 우리 사이엔 맛있는 음식을 중심에 놓고 대화를 이어간다.


오늘 나는 떠나는 동생과 점심을 먹을 것이고

어제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었고

십 수년 전에는 지금은 가슴에만 살아 계신 나의 부모님과 둥근 밥상을 함께 했다.

생각해 보니  난  먹는 것에 진심 인편이다.

먹으며 사랑하고 먹으며 화해한다.

식탁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들뜨고 즐겁다.

눈에 뜨이지 않던 풀의 변신에 놀라고  그 음식을 요리한 사람의 숨은  실력에 감탄한다

시인이 옳았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이 세상의 이치다

너도 그렇다고 한다

맞다. 나도 그렇다.


식탁에 놓인 풀도 예쁜 그릇도 너도 나도.

우리 모두는 진심을 담은 식탁 앞에서는 자존감이 높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것은 내 삶의 중심에 자리한  소.확.행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이가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