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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Mar 11. 2024

나의 퀘렌시아

월요일이다. 오늘의 계획을 실행하려 지하철을 타려다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스벅에 들러 우유가 얹힌 라테로 몸을 녹여야겠다. 어쩌자고 또 마음만 앞서 코트를 얇게 입었단 말인가? 내가 계획한 것도 추운 날 떨며 다니는 것처럼 (마치 젊은이인 듯)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닌가  비록 흐린 하늘일지라도 느긋하게. 마음을 비우고 유튜브의 음악을 들었어야 했다.

결국 나는 집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때문이다.

사실

퀘렌시아~낯설기만 한 이 단어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스페인 투우사의 소들이 어디론가 들어가 숨어버린 다는 곳.♡퀘렌시아♡그곳은 도피성이다.

경기장의 열광도 피투성이의 시간을 피해

더 이상 달릴 필요 없이 피를 나눈 동족인 상대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 없어 거친 숨을 몰아쉴 필요가 없는 곳.

내가 나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배 안의 숨을 끌어낼 수 있는 곳

거기서 나를 스쳐간 사람들과 볼을 만지는 바람도 소환하여 만날 수 있을게다. 어쩌면 가벼워진 영혼의 무게로 투명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곳은 어디일까

그것은 무엇일까

그이는 누구일까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할까


사실 아마도  숱한 세월을 살아오며 나도 인지하지 못한 나만의 퀘렌시아가 있었을 것이다.

울고 싶은 날 바다에 갔고  보고 싶은 날 하늘을 보았으며 답답하고 두려운 날 시를 읽고 글을 썼다

그리고 그이에게 난 마구마구 털어놓았다

왜 나만 홀로 떨어져 있느냐고

언제나 기다림의 끝이 오느냐고

임금님 귀는 크다고 구멍을 팔 곳이 없다고 불평했던 날이 있었다.

이제 식어진 커피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1. 남은 날은 젊은 날의 시간보다 더욱 소중하다

2. 무엇으로  나의 선물을 포장할까

3남은  삶은 퀘렌시아를 찾지 말자

4. 내가 누군가의 그늘이 되자

 5. 나의 삶을 이끄신 그분에게 기대자.

 6. 나만의 영역을 확고히 하자.

 7.사랑의 덫에 걸려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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