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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Mar 24. 2024

바람 부는 날


하늘에 비행기 한 대가 지나고 있다. 내가 보는 하늘은 회색인데 기장님이 보는 하늘 길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하나 둘셋넷 ~여덟 쪽 창으로 바다를 본다. 

어젯밤엔 통창을 마주했다. 통창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경이로웠다.

내 가슴 안으로 작은 섬이 쏜살같이 들어와 앉는 것 같았다. 나는 섬을 품는 큰 여인이 되었다.

이 시간. 여덟 쪽으로 나뉘어 바라보이는 

저 바다는 나의  것이기도 하고 곁의 남편의 것이기도 하며 건너편 청년의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창으로 물새 수십 마리가 무리 져, 파도를 타더니 솟구치며  갈라지기를 몇 차례 한다

네 번째 창으로 송림 사이에 주차된 차갑고 인다. 주말이면 자리 잡을 곳을 찾아 버둥대던 사람들로 혼잡한 곳의 여유로운 주차가 바람 앞에 고독해 보임은 어쩐 일인가.

다시 두 번째 창으로 윌체어를 끄는 검정점퍼의 사내가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 가까이 새떼가 떠난 곳에 멈추더니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한다.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휠체어의 사람이 아픔으로 들어온다.

 나도 남편에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이곳에 앉아있는 것 아닌가.

 바다는 숨을 토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해초는 초록이구나. 그래서 바다는 파랗던가.

첫 번째 창으로 보이는 BURGER집에는 주차된 차도, 드나드는 사람도 없다.

 주인이 오늘처럼 바람 불고 차가운 3월이 싫어지면  어쩌나 은근히 신경 쓰인다.

나는 다섯 번째 창을 바라본다. 고독한 섬 하나 보인다. 

누군가 이름을 짓는다면 코끼리섬으로 지을 듯싶다.

 첫 번째 창으론 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부모와 달려가는 어린이가 보인다.  

그래. 아가 아가. 달려가렴. 파도도 타고 새와 손잡고 노래하렴.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더냐. 어디든 열려있지 않더냐. 뒤에서 네 어미와 아비가 지키고 있지 않더냐.

멀리 마지막 창으로 집이 보인다. 

그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다를 보는 기쁨을 누릴 것이고 바다의 정원에서 식사를 하며 저녁이면 세상을 물들이며 넘어가는 노을을 접할 것이다.

되풀이되는 일상의 행복은 얼마나 귀한 것인가.

거듭되는 포만감은 과연 진정한 행복인가.

바람 불고 해님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오후.

다음번 이 자리에서 내게 전해줄 바다의 말은 무엇인지 기대하며 이곳을 뜨려 한다.

나는 오늘 이곳에서 어린것의 희망을 보았으며 타인의 아픔에 손을 내민 이를 보았고 밥벌이의 어려움.

생존의 가시밭길 위에 우리의 고독은 어디에나 포진해 있음을 보았고.

새는 떠나도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이제 돌아갈 집이 있음을 감사하며 파도 위에 어제의 근심을 풀어놓고 간다.

쉼을 갖고 돌아가는 길.

우리는  다시 올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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