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때 이른 더위에 집을 지키며 오전을 보내다 집 근처 한의원에서 침 몇 대 맞고,
아픈 곳을 더 아프게 찌르고 흘려보내는 전자파의 고통을 견디다
겨우 탈출해서 집을 향해 가는 길. 길가에 있는 정육점을 지나다
간판 위에 쓰인 글을 보았다.
세상에
-우리 먹고 싶은 대로 먹고살아요-
얼마나 단단한 심장을 가진 분인가?
문득 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장을 만나 묻고 싶었다.
'사장님은 드시고 싶은 대로 드시는지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
대한민국의 현실은 다이어트에 집중하고 건강 염려증에 사로잡힌 듯
누구나 덕담으로, 때로는 걱정을 담아 말하지 않는가?
건강만 지키면 우리의 남은 날 위로 영롱한 무지개다리가 놓이는 듯.
우리의 행복은 육체의 건강과 함께여야 완전체로 보장되는 듯.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엔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건강한 육체에 아름답고 여유로운 축복의 삶이 함께 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금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여름이면 찾아 먹고 마시던
세상 시원하고 달콤한 팥빙수의 유혹과 이름 대면 누구나 알법한 아이스크림과
차고 넘치는 온갖 베이커리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나의 친구들의 유혹의 손짓을 모른척한다.
또 그 좋은 식감으로 적당히 구워진 스테이크와 곁들이는 와인 한 잔도 자제하고 있다.
얼마 전 티브이로 비친 노인들이 배달하여 드시며 감탄사를 쏟아내며
이구동성으로 맛나다고 하던 화로 위의 곱창구이를 못 본 지도 한 참이다.
어쩌자고 나의 어머니는 어릴 적 일곱 식구 밥상에
불고기며 갈비 .고기전이며 닭백숙 닭튀김. 곱창전골까지 자주 올리셨을까.
입맛도 사람의 일이라 길들이기 나름 일 텐데.
나의 건강에 좋지 못한 식습관을 어머니 탓으로 돌리는 나쁜 딸이다.
지금도 우리 세 자매는 만나면 어머니의 큰손에 담긴 사랑을 말하며 웃곤 한다.
그리고 덧 붙이길 역시 체형이 마른 분들은 소식가라고.
나의 이런 일상의 고민을 모르시는 정육점 사장님의 겁 없이 용감한 유혹에 나는 아주 잠깐 흔들릴 뻔했다.
하마터면 다시 돌아가 그 정육점 문턱을 넘을 뻔했음을 고백한다.
나의 충동적 실행을 막은 것은
내가 두 달 동안 지켜본 이의 인간승리의
참을 인. 극기의 힘을 본 까닭이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당뇨를 지켜보고 더 높은 강한 약을 처방하시겠다고 하신 경고의 말을 듣고
두 달 동안 저녁식사로
양파와 토마토 오리브유로 볶다가 마지막 달걀을 넣어 익은 것을 취하고
두 달이 지나 의사 선생님의 놀람과 격려에 기뻐하는 가까운 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힘들지만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며 내게 주문을 건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내게 복이 온다고.
나도 할 수 있다고. ( I can do it too)
성북 낙산여신 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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