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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n 30. 2024

투어가이드

장담했다. 걱정 말라고. 나만 믿으라고

시댁 조카가 나이  50이 되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두 살에 아장아장 걸어서 왔던 꼬마아가씨의 남편 딸이 함께 온다고 했다.

날이 가까워 오자  보여주고 싶고  함께 가고 싶은 곳들을 쓰고 지우는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머무일주일 동안.

우리는 최선을 다해 대접하고 조카의 가족은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회세미나가 예정되어 있고 세 미녀의 피부과 예약이 잡혀 있으니 일정 잡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나라면??

그래. 나라면 무조건 목욕탕이다.( 오랜 시간을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왔으니) 나는 한강이 보이는 찜질방의 티켓을 미리 예매했다. 하지만 연극배우인 조카사위는 공중목욕탕을 가본 적이 없는지라 부담감을 보였다. 한국의 목욕탕에선 타인의 벗은  몸에 서로 신경을 쓰지 않으니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며 설득한 후  겨우 동의를 얻어 한 장의 티켓을 더 구입했다.  시간 후  만난 사위는   나 보다 먼저 찜질을 하고는 너무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격한 감사를 표했다. 찜질 후 시원한 한잔의 식혜 또한 14시간의 피로를 씻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했다. 그리고 엄지 척이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예감했다. 그들이 떠나기 전 여러 번의 엄지 척을 만날 것을


나라면?? 먹어야 한다.

좋은 친구가 곁에 있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시인은 좋은 친구는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사이'라고 했다.

 친구의 음식점은 나의 가족에게 큰 행복을 선사했다. 은은한 듯 화려한  자개장과  창밖 하늘 위의 구름이 강에 걸린 다리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실내는 편안했다.

곱게 보자기에  나온 한식도시락은  위에 놓여  수줍은  다소곳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렸다.

신기해하며 기쁜 모습을 감추지 않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것을 보니 나 또한 기뻤다.

어쩌나~또 한 번의 엄지가 올라간다.


나라면? 보아야 한다..

나는 고심했다. 우기가 겹치는 6월 말이니  행여라도 여행 중에 장맛비로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염려가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서울 투어버스를 타고 명동과 남산과 서울의 궁궐을 돌아봤다. SNS를 통해 보았던 광장시장에서 기름에 긴 도넛을  손에 받아 들고 기다림의  지루함도 잊은 듯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내게 권한다.

민속촌과 DMZ를 보기 위하여 그룹투어로 일정을 잡았다. 가는 곳. 먹는 곳. 보는 곳마다 감탄을 연발하는 그들이 귀엽고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사위의 부모는 1950년 한국전쟁 시기에 대구에 사신 것도 이번에 알았다.   참전용사들의  피로 새겨진 희생 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고 믿기에 감사함을 표했다. 사위는 조금 멋쩍어하며 아버지는 변호사 자격으로 이곳에 머무셨단다.

사돈의 기억 속에 오늘의 한국은 없고 과거만 있을 테니 조금 아쉽다.

우리는 모두 한 때 청춘의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았던가.


오늘은 장마철이 시작되는 듯. 창을 흔드는 바람 소리가 나쁘진 않다.

하지만 오늘도 맑은 날이었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지난다.

여전히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하는 DMZ투어를 잘 마치기를 바라며 내일 한옥체험을 끝으로 다시 긴 여행을 시작하는 조카가족을 축복한다


나는 이번 조카들의 여행을 통해

그중의 제일은 사랑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감사했다. 나누고 베푸는 시간이 주어짐도 감사요.

감사는 표현할 때 다시 돌아옴도 보았다

땡볕에 여기저기 동행하는 모습이 안타까운지 내겐 별것 아닌 것으로

딸들의 부모를 향한 사랑의 표시에  감동하고 가슴이 찡했다. 아. 우린 참 괜찮은 가족이다.

생각해 보니 난 어느새 70 노인이 아니던가.

 돌아가 전해 줄 선물이 쌓이는 것을 보니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새벽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시간. 10점 만점에 11점으로 후한 점수를 주는

조카딸 가족을 한 사람 한 사람 꼭 안아주며 말한다.

~잘 가라고, 나도 고마웠다고. 우리 곧 다시 만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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