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하이힐의 여인과 지팡이.
하이힐은 긴 머리의 젏은이.
지팡이는 쇼커트와 퉁퉁한 다리를 내보인 노인이다.
어느새 차버린 환자들로 가득 찬 오전 9시 25분. 병원 안 풍경.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길 건너 코너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느긋한 가을 정취를 느끼며 시작했으나 오늘의 계획된 일은 MRI를 찍는 것.
그러니 나의 마음은 저 퉁퉁 부은 다리의 노인처럼 쭈글거린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가?
조금 전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휠체어에 앉아 지낸다는 지인에게 따뜻한 음식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 가을, 조금 쓸쓸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싶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