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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보내며
(영화. 이처럼 시소한 것들)

by 김인영


2024년 마지막 12월. 모임에서 영화관을 찾았다.

기왕이면 밝고 따스한 내용이면 좋겠다는 회원들의 바람과는 다른 영화를 만났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어두운 화면을 채우며 시작하는 영화였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머피.

명품배우의 얼굴을 보게 되자

난 영화를 추천하신 분의 안목을 신뢰하며 준비해 간 따스한 차를 한 모금 넘기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아일랜드에서 1980년 대에 벌어지던 실상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막달레나 수녀원의

횡포 속에 저질러지는 어린 미혼모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악행을 알게 된 수녀원에 석탄을 반납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딸 다섯을 둔 가장의 이야기이다

작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 속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때로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침묵하며 묻고 살기를 원한다. 타인의 불행에 눈감아버린다.

인간은 누구나 갈등한다. 인간은 누구나 안정된 생활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와 내 가족이 평안의 울타리에 안주하길 원한다.

불의를 알면서 맞설 용기가 부족하다.


나도 역시 그렇다

그러나 주인공 펄롱은 달랐다. 그도 역시 미혼모의 아들로서 태어나 두 모자를 돌봐 주던 미세즈 윌슨을 기억하며 수녀원에서 학대받는 어린 딸들과 같은 나이의 임신한 여자를 만난 후 갈등 속에서 고민하며 떨쳐 내지 못한다.

수녀원과 연결되어 있는

자신의 사업과 어린 딸들의 학업과 주변의 시선 등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한다.

시종일관 어두운 화면에서 희망의 빛을 보여준

영화는 내게 깊은 반성과 함께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모든 것을 말해 주 있다

늘 석탄을 취급하느라 손톱 밑이 새까만 주인공은

자신 집의 목욕탕에서 손을 깨끗하게 씻는 의식을 치른 후 수녀원에서 구해낸 어린 소녀를 자신의 가족에게 소개하려 거실로 들어가며 손을 내미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것은 진정한 용기였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손 내밈.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하는 선한 몸짓.

우리는 아주 작은 사소함으로,

비관하며 살고 있는 누군가의 생명에 빛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

사소함이 담고 있는 큰 의미를 놓치지 말자.

진정한 빛으로 세상에 오신 분을 맞이하는 이 계절에 아주 적당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에게 달려와 도움을 청하던 소녀의 말이 떠오른다."강까지만 데려다주세요. 그것이면 돼요."

크고 거창한 것이 필요 없다. 어려운 누군가를 강까지만 안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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