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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리 분노하는가

by 김인영

오후 5시에 비가 온다고 한 일기예보가 비껴가기를 바라며 버스에 오른다.

1.

서너 정거장을 통과했을까? 버스에 오른 초로의 여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녀가 일상적으로 버스에 오를 때 지급해야 할 교통카드를 뒷자리에서 찍는 모습도 보인다.

기사님이 승차할 때 요금을 치러야 했다고 말하자,

여인은 더욱 언성을 높여 자신을 변호한다.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우리는 모두 긴장했다.

무슨 일이 그리도 그녀를 화나게 했을까.

2.

문득 지하철 환승역의 일이 떠오른다.

환승 장소를 향해 걷다가 카톡을 확인하느라 잠시 멈추었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세차게 밀치며 지나가고 나는 휘청거렸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는 흥분하며 나를 부추긴다.

무서운 언어로 ~~죽여 죽여 **한다.

난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두 사람 모두 두려운 존재였다.

밀치고 지나가는 무례함과, 분노에 찬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이미 병든 이들이었다.

3.

토요일 '아점'을 즐기려 광화문에 나갔다.

혼란한 사회 상황 탓에 그곳은 한 민족, 두 생각이 존재하는 곳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그곳에 바닥에 길게 천이 깔려있고 낯익은 얼굴들이 도배되어 있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 '밟아. 밟아.' 연이어 웃음소리가 하늘로 오른다.

밟으라며 웃는 사람. 그들은 여인들이었다. 가슴엔 띠를 두르고 있다.

나는 저절로 탄식이 나옴을 어찌하지 못했다. 사람이 서로 의견이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표현의 자유도 인정한다.

방법이 문제이다. 그날 나는 비슷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장면 중 단면만 보았을 뿐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분노의 의미는 노하여 몹시 성을 내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어쩌면 사소할 수도 있는 것. 작지는 않을지라도, 혼자 삭일만 한 것을 가슴에 담지 못하고 심하게 노하며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이하는가? 잠시라도 사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기는가. 급하다 급하다. 모두 화가 나있는 듯하다.

체면과 예의는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무의미한 분노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생각해 본다. 무분별한 언어 선택의 결과는 무엇이 될까.

이제

우리의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여 보자.

나 스스로 변화되는 것은 어떨까. 나의 시선과 습관의 방향을 조금 돌려보자.

글쓰기는 치유다. 운동도 치유다. 그림 그리기도 치유다. 춤을 추어보자. 음악을 들어보자.긴 호흡으로 걸어보자. 자연을 찾아 떠나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불러보자.

내 안의 나를 찾아보자.

타인의 탓을 하며 돌출되는 분화구를 나를 향하여 폭발하자. 강하고 뜨거운 마그마를 나를 향해 쏟자.

올바르게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공략해 보자.

다행인 것은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아주 불우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온 환경 속에서 형성된 반사회적 폭력과 분노가 아니라면 인지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인간의 협동과 이타성.진보를 향한 심리적 힘은 이기주의를 압도하므로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봄이다. 사방에 꽃의 향연이다.

언젠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꽃은 떨어지고 우리도 진다. 정말 급한 것은 그것이 아닐까.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햐는 모든 것은 내가 살아있음에 의미가 있지 아니한가.

불편한 현실에 불만을 품기 보다,남의 탓을 하며 성내기 보다, 기왕이면 봄향기로 나를 채워봄이 어떠할까.

따스한 봄 바람에 나를 실어봄이 어떠할까.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

이것은 나를 향한 이야기이다. 나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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