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사랑이었다.
그것은 슬픔이었다.그것은 기다림이었다.내겐
비행기 안에서 잠시 나눔을 갖던 여인이 물었다.
스페인에서 어딜 제일 가고 싶냐고.
나는 일 순위가 알함브라 궁전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가우디 성당이라고.
회개하고 기도하여야 할 죄인인 나를 먼저 인지하지 못하고 세고비아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무엇인지 모를 안타까움이 나의 심장을 흔들던 날의 기억이 우선인 탓이었다.
오고 싶었다.만나고 싶었다
아랍어로 붉은 요새 혹은 붉은 성으로 불리는 알함브라.
발렌시아를 거쳐 도착한 석류,그라나다는 내 어린날의 꿈의 도시였다.
그라나다에 알함브라가 있었다.
친정 아버님의 각별했던 친구분 덕분에 집에는 기타가 그려진 연주곡집이 있었고 아버님은 세광출판사와 기타 이야기를 가끔하시곤 했다
카토릭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곳.
쾌청한 날씨의 도움으로 지천으로 피어있는 장미와 오렌지 니무의 향기 사이로 사이프러스가 맞아주는 잘 정돈된 천상의 정원에서
가정을 가진 여인과 이루지 못한 음악가의
슬픈 사랑 이야기와 왕비의 외도로 인해 성난 술탄의 명으로 젊은 왕자를 비롯한 36명을 죽음으로 몰아가 피로 물든 정원에서 역사의 증인인 목이 잘려 긴 세월을 버티어낸 나무를 보았다.
800년을 지켜온 나스르 왕조의 몰락과 철의 여인 이사벨라 스페인 여욍의 이야기는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
아프고 슬픈 역사는 이야기를 간직한 채
오늘의 태양아래 피어나는 장미꽃으로 이어진다.
카토릭에 밀려나 이슬람의 사라진 사람들과 우물과 성벽 위의 눈물이 고여있는 곳 알함브라.
이슬람 문화로 꽃 피웠던 화려하고 정교하며 아름다운 궁전 뒤로 마지막 왕이었던 무하메드 12세의 눈물의 언덕을 멀리 바라보는 곳에 위치한 눈 덮인 시에라 네바다의 능선을 마주하는 것은 떨림을 동반한다.
미국인 워싱턴 어빙의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되어 세간에 알려지게된 알함브라의 궁전.
'너 내 안에 있다.알함브라'
달리는 버스 안에 잔잔한 기타 소리가 들린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사랑도 아픔도
흐르는 세월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