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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다 로까 (포루투갈 여행)

by 김인영



여전히 푸른 하늘이 아침을 깨우는 시간.
떠나고 싶지 않은 쉐라톤 호텔의 조식이다.
커피도 젤 좋았다. 유창한 영어로 도와주는 젊은 여인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전 날 저녁 9시 까지 지지않은 태양의 꼬리를 바라보며 석식으로 구운 닭에 곁들인 비노띠또( red wine)덕분인지 오랫만에 잠도 푹 잤다.

오늘의 일정으로 계획된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인 땅끝을 방문하기 위해 수도인 리스본을 떠나기로한다. 이곳의 날씨는 한 치 앞을 모른다던데 짙은 인개와 몰아치는 비 바람이 쉼을 갖는 사이 맑은 하늘에 감사하며 서둘러 주차를 한다.

땅끝에서 맞아 주는 망망한 바다는 더 없이 푸르고 잔잔했다.
우리는 그곳이 땅끝임을 알려주는 돌로 만든 십자가 아래서 사진을 찍었다.
까보 다 로까의 상징인 붉은 등대도 담았다.

지금 이 시간 이곳에 서기 위하여 나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
나의 손은 무뎌졌고 눈은 흐리며 허리는 굽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바다를 응시한.다
대서양이라 부르는 저 깊고 푸른 바다도 혼자는 아니다.

지구의 끝을 지키고 있는 고단함과 짐을 나누며 낮아져 흔들리는 풀꽃이 있다. 거리를 두고 살펴주는 붉은 등대가 있다.

나는 안다.
나를 지켜주는 신의 가호로 이만큼 왔다.
어쩌나 땅끝 마을에서 들리는 기타 선율에 그만 나를 놓아 버렸다. 5유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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