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파티마이다.
벼르던 곳. 보잘것없는 인간이 신의 큰 사랑을 직접 체험했다는 그곳을 찾았다.
1917년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에 발현하신 성모님을 만난 어린 세명의 목동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기적이 2025년 오늘까지 이어져 세계적 명소가 된 곳. 프랑스의 루드르에 이어 익숙한 이름 성지 파티마의 대 성당(로사리오 바실리카).
6번이나 하늘에 펼쳐진 어마어마한 기적이 일어난 진실의 땅을 접하고 싶었으나 쉽게 기회가 오진 않았다.
저녁 8시경 성모 발현의 이야기가 그려진 작은 식당의 저녁으로 오리고기가 섞인 쌀밥을 먹고 성당을 찾았다.
크고 넓은 광장엔 피와 물이 빠져나간 깡마른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나를 맞았다
해 저무는 시간의 아련함 때문인가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 탓인가 경건함으로 옷을 여민다.
뜨끈한 것이 목 젖으로 넘어온다.
이방인인 내가 그곳에 서 있는 것이 실감이 잘 안 났다.
무릎으로 기도하며 나가는 이들의 절실함을 신이 외면하실리 없다. 저마다 다른 모습과 사연을 들고 오는 이들의 소망과 아픔을 신은 이미 아시리라.
나 또한 무릎을 꿇지는 않아도 갈급한 기도를 올리는 것을 잘 아시는 신은 팔을 벌려 안아 주시리라 믿는다.
오후 9시가 넘어 시작된 세계에서 찾아온 카토릭 신자들과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예배당 안의 미사는 대단했다.
언어의 소통이 안되어도 예배 의식에 서툰 카토릭 신자가 아니어도 느낌으로 다가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성의 찬송은 천상의 울림으로 가슴에 내려와 뭉클했다.
파티마의 저녁 공기 속에 녹아있는 것.
작은 컵 안에서 흔들리며, 타오르는 촛불에 담긴
그것은 회개와 용서와 사랑이리라.
나는 계속 되뇐다.
""신이시여 저는 탐욕스러운 인간임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크신 사랑에 의지하여 자비와 축복을 간절히 바라는 작은 자입니다.
신이시여 불쌍히 여기시어 저를 받아 주소서라고."
파티마의 시간은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