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챕터가 끝났다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있던 보따리를 풀어 태양과 용기 있는 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10박 11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속한 땅으로.
긴 비행으로 자꾸 부어오르는 종아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자주 걷는다. 승무원이 먼저 다가와 방금 내린 커피를 드시겠냐며 친절하게 묻는다. 괜스레 눈물이 난다.
그리고 포루투갈 작은 도시 파티마의 촛불 미사의 밤이 생각난다."아 ~나는 은혜를 받았구나"가난하고 소외된 자. 몹쓸 병을 얻은 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신이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랑의 나눔은 결코 힘든 것이 아니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세월의 수레바퀴에 담긴 우리의 인생은 유럽의 땅에 깔린 수많은 돌들처럼, 지나쳐 온 성당의 십자가처럼. 한 때 호흡하며 먼저 살다 간 인간의 발자취를 따르며 걷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 속을 걸으며 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아마도 나는 다시 이곳을 방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소중한 날들이었다.
눈으로 찾아도 보이지 않고 귀를 열어도 들리지 않는 나 보다 먼저 지나간 그이들처럼. 언젠가 나도 먼지처럼 사라진 것이다.
아름다운 하늘. 맑은 공기와 살을 간질이던 바람. 수많은 올리브와 진한 커피에 익숙 해 지려는 순간에
나는 다시 짐을 꾸린다. 이별이다. 혹시라도 서울의 맛이 그리울 때를 위하여 준비해 온 라면과 김치 고추장과 쥐포를 내어 주고, 빈자리에 올리브 오일과 하몽과 치즈를 채운다.
늦게나마 호기심과 갈망의 잔을 채웠으니 정말 잘했다고 자신에게 칭찬하며 동행한 남편과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그리고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했을 신앙의 벗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내 조국의 일상에 맞춘 시계는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있다. 새벽의 닭이 회를 치며 울기 시작할 시간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떠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다른 이에게는 결단이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다.
이번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간절히 원하면 언젠가는 다가온다는 것을.
늦을지라도 우리의 시간엔 건널 수 있는 루비콘의 강이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안녕을 고하는 작별의 시간이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보았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냐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말한다.
건강하고 즐겁게 사시길 바라며 다시 만나자고.
이젠 돌아가 허동됨을 떨쳐 내고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