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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어느 날 아침

by 김인영


평소처럼 이른 시간에 눈을 뜬다.

자알 잤다. 손에 익숙하지 않은 문을 열고 살그머니 거실로 나간다.

앗 숲이다. 아 바다다.

어쩌다 하룻밤을 바다 가까이에서 지냈다.


허락된 고요를 즐기다 일어나 돌아다니며 창문을 연다.

열리는 창으로 들어오는 이 바람은 평소 집에서 들이던 바람이 아니다.

끊임없이, 거침없이,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때맞추어 찾아온 바람을 맞아 숲 속의 이야기로 아침을 맞아들이는 사이

멀리 보이는 짠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어쩌나, 오늘은 태양과 인사를 하기 전에 나를 기다리던 님들을 먼저 만난 것이다.

설렘이다. 새 날에 솟아오르는 태양은 내가 나가서 맞곤 했는데 기다리라 해서 기다리곤 했는데 이런 날도 있구나.


근처 산을 오르려 준비를 하고 6월의 바람을 청해 함께 걷는다.

걷는 길 위로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온 노랑 금계국의 향연이 펼쳐진다..

언제부턴가 금계국은 6월의 꽃이 된 듯 양지바른 곳 어디에나 세상을 밝힌다.

그 곁에 나란히 벗하며 피어있는 해당화를 본다.

수년 전 남쪽바다에서 무리 지어 피어있던 고혹적인 그 아름다운 꽃을 이곳에서 만날 줄은 상상 못 했다.

새벽에 숲이 말을 걸어올 때 뛰던 가슴이 다시 설렘을 동반한다.

도시에서 보던 울타리의 장미는 잠시 잊었다. 수국도 잊었다.

이제 곧 장마와 함께 올라올 비비추와 사랑을 노래하기 전까진

오늘 만난 금계국과 해당화 꽃이 나의 벗이 되리라.

6월의 아름다운 산책 길에서 나는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고,

보이지 않으나 건너편 숲에서 들리는 뻐꾸기의 울음도 들을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자꾸 비교하였다. 완벽하지 못한 자신이 못마땅했다. 인생의 참 성공은 무엇일까 늘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 문제로, 빈부의 격차로, 때로는 학력의 차이로 힘들어하며 풀리지 않는 관계의 문제를 바라본 것 또한 힘들기도 하였다.


어쩌다 하룻밤 지낸 익숙지 않은 곳에서 맞이한 6월의 날에 어깨를 누르던 문제들을 다 잊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손 닿는 곳에 있는 아카시아 줄기를 잡아 잎을 한 개씩 떨구며 소녀가 되어본다

"이곳에 다시 올까? 아닐까?" 올까? 안 올까? 마지막 잎은 '온다'로 웃으며 떨어졌다. 나도 안도하며 웃는다.

커피 한 잔과 수프로 요기를 하고 아직 태양이 퍼지기 전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골길을 걷는 시간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신기하다.


누군가가 말했다.

"성공은 당신이 갖고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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