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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허리야

by 김인영

요사이 부쩍 공항철도를 이용할 일이 자주 생긴다.


오늘 오후 4시의 철도는 빈자리는 보이지 않고 여행가방만 보인다.

역시 평소처럼 실내는 쾌적하고 깨끗하다.

하지만 "가장 안전히고 빠른 길 공항철도"라고 한글로 쓰여있고, 이해불기한 일어로 쓰여있는 전광판을 바라보는 오늘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 계절 따라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승객들의 편의를 생각하며 입맛대로 온도를 조절해 주곤 하는 공항철도를 이용할 때마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 만한 곳이 세상에 없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에 시름도 던져놓고 바닷새를 바라보는 호사도 누리며 역이 바뀔 때마다 친절하게 환승 지하철까지 스크린으로 안내해 주는 배려가 고맙기만 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난 목적지인 서울역까지 한 시간 가까이 지하철을 이용하여야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 공항철도"라고 반복되어 나오는 저 눈치 없고 철없는 기계가 야속하기만 한 걸 어쩌나.

목적지인 서울역이 곧 다가오는데 여전히 좌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손잡이를 잡고 흔들거리고 있다. 그래서 빠르지 않고, 흔들리며 달려있으니 안전하지도 않은 듯싶다.


나의 불편한 현실은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젊은이 때문이라는 생각에 그이가 얄밉기만 하다.

진작 내가 자리를 잡고 앉을 기회가 주어졌으나 빈자리가 나기가 무섭게 긴 다리로 번개처럼 달려와 자신의 여자 친구인 듯한 여인을 위해 자리를 선점한 후 다음 정거장에서 자신도 예의 없이 떠억 앉은 것이다.

옆 자리에 앉았던 아가씨가 오히려 미안한 듯 내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듯 일어났다.

난 마음관 달리 괜찮다고 거절했으나 점점 아파오는 허리는 후회를 동반한다.

이제 마지막 역이라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를 얼핏 들으니 중국사람인 듯 싶다.

아, 다행이다. 그들은 배달국 후손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얼마나 어르신을 공경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하마터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실망할 뻔했다.

철도에서 내린 후 나는 "행동은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할 것"을 뇌이며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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