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여름 더위에 냉방된 곳을 찾아 해방촌 거리를 조금 방황했다.
더위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서 인가.해가 지면 젊은이들로 가득 찬다는 골목을 맛 보고 싶어서인가.
작아서 아늑한 곳. 좁아서 정겨운 곳에 자리를 잡고 일인 일차를 시키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간다.
떨어지는 수면의 질 때문에 라테도'완샷'을 주문해야 하는 시니어 그룹.
이 모임이 참 좋다. 비슷한 연령대 여인들의 모임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다는 초등학교 동창회는 모른다. 그곳은 남자는 남자로 보이지 않고 여자는 여자로 보이지 않는 성의 평준화가 존재하는 곳이란다. 섬마을에서 자란 초등학교 친구들이 한 달에 한번 만난다는 이야기는 다른 세상의 일이다. 내겐. 그래서 놀랍다. 이미 50대 중반인 친구들이 얼마나 편하기에, 얼마나 서로 소식이 듣고 싶기에, 그리 자주 모임을 갖는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았다.
이곳은 여고나 대학 동창 모임과도 다르다.
다양한 종교를 갖고 있으며 각자의 처한 환경 또한 다르다. 서로의 소소한 사정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삶이 남긴 흔적이 있는 표정을 공유한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세월의 강을 건너 만난 우리는 적당히 거리와 예의를 지키며 다음 모임을기다린다.
살아온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고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니 오히려 부담이 없다.
우리는 어쩌면 조금은 절박한 심정으로 모임에 오고 다음을 기다리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
나이가 들면 안다.
최근에 하늘의 별이 된 가까운 이의 소식을 담담히 전할 때
듣는 나는 눈이 젖고 가슴엔 비가 내리는 듯하다.
타인의 감정이 내게 전이가 쉽게 된다는 것은 이미 한 배를 타고 항해를 한다는 의미다.
나이 듦이 우리의 공통 분모다.
앞서 경험한 것들로 가득하여 인생에서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무언가.새롭고 굉장한 일어나는 것을 바라는 생동적이며 진취적인 시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일상과 별 탈 없이 지나간 하루를 감사하며 잠자리에 든다.
일용할 양식을 주신 것과 어쩌면 죄인의 길에 서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에 안도의 숨을 쉬며 감사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자꾸 그리워진다. 힘들고 벗어나고 싶었던 시간의 편린조차도.
누가 말했다.'노인들의 행복은 조용하다'고
기다림을 갖는 것은 애정이 담긴 탓이다.
오래전 추억으로 맺어진 소싯적 친구들 과는 다른 모임이지만 되풀이해 40년 우려내며 말하는 주제는 없다.
지루하지 않다.
애정 어린 눈 빛으로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고 맛난 것을 찾아 나누며 나이 듦이 격을 갖추는 것임을 잘 아는 까닭에 '문화산책'을 잊지 않는다. 전시회 관람을 계획 속에 집어 넣자고 강조하는 분이 있어 믿음직하다.
모이면 향기로운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많이 웃는 모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인은 누구일까?
오늘의 퀴즈에 정답을 맞힌 회원은 없었다.
'명랑한 여인'이 가장 섹시하단다.
멀리 찾아 나설 것 없다. 익숙한 것은 잊고 산다.
오늘 해방촌 작은 카페의 여인들이 정답이다.
우리는 유쾌하고 활발하며 밝고 환한 날로 성적 매력을 발산한다.
복을 향하여 나가자. 우리 할머니 들이여.
문화로 행복을 찾는' 문행의 여인'들이여.
식당은~~MOROC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