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크리스마스

by 김인영

지금도 길을 걷다 보면 늘 새로운 것이 눈에 띈다.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에 멀리 보이는 반짝이는 돌들이 다 보석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길 건너 편 냇물을 가로 지르지 못했지만 마음은 온통 보석에 빠져 왠지 행복했었다.


나만의 성을 쌓고 탑을 올리곤 했다.


빛나는 보석이 햇빛에 반사된 한낱 돌덩어리인 것을 알지 못한 채,


익숙한 길만 가는 것이 아쉽고 허전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캘리포니아 산이 늘 하얗게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40도가 넘는 곳이 눈으로 덮인 것을 보는 것은 신기하고 여전히 가슴 뛰는 일이었다.


드디어 그곳에 가보았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었다.


모래처럼 부드러운 땅 위에 바위는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바위가 눈인 것을 알았다. 아. 편안한 바위


그것은 하얀 눈이었다. 한여름의 설원이었다.

그곳에서 늙으며 말라가는 나무들을 보는 것은 경이로웠다.


왠지 편안하게 누워있는 것 같은, 때로는 하늘로 무엇인가 절규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고독한 나무들.


백두산보다도 높다는 산에 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맑고 투명한 모습으로 늙어 가는 나무들이 멋져 보였다.


부러웠다. 내게 비친 모습을 그대로 닮고 싶었다. 나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었다.


때로 고독해도, 때로 휘어져도, 더 이상 초록은 아닐지라도 속을 채우고 있는 비움과 맑음을 보고 왔다.


그것은 평안이었다. 선물로 찾아온 7월의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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