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너는 누구냐

by 김인영


시간이 자꾸 흐른다. 하루 24시간으로 한 주 한 달 한 계절을 지나 일 년이 된다. 흐르는 시간이 쌓여 세:월이 된다. 시간의 초침과 분침을 지나 긴 세:월이 된다.

돌아보니 내가 지나 온 세:월은 결코 길지 않았다. 어릴 적 40의 나이가 생의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할머니의 흰머리. 조금은 굽은 허리와 속 쓰림으로 드시던 한 줌의 원기소는 긴 인생터널 속 어두움의 흔적 같아 오래 산다는 것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나는 마흔의 나이에 삼십을 더하고도 남는 나이가 되었다. 한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종종걸음으로 살아온 날들이 한 여름 꿈인 듯 순간처럼 느껴지니 이상하다. 할머님의 인생을 함부로 판단했던 날을 후회한다. 나도 할머니의 길을 걸으며 흰머리와 아픈 허리와 약을 달고 산다.

무더위를 조금 두려워하며 맞이한 2025년의 여름도 어느덧 바람을 싣고 온다. 여름을 마감하는 듯 끊임없이 매미가 울어댄다. 노래로 시작하는 하루면 좋으련만.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개그맨이 코로나로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고 했다. 부족한 산소로 숨 쉬는 것이 힘들고 자꾸 잠이 오더란다. 곁에선 자면 안 된다고 애타게 힘을 실어 주는데 들리기만 할 뿐 ~. 잠은 곧 죽음이었다. 이제 회복이 된 그이는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으나 앞으론 자신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겠노라고". 죽음을 마주해 보니 남은 삶의 시간을 대하는 자세가 완전히 바뀌더란다.

시간이 흐른다. 바람결에 흐르고 웃음과 한탄을 동무삼아 속절없이 흐른다. 시간이란 놈은 나의 의지와 바람과는 상관없이 앞으로만 달린다.
몸이 조금 피곤하니 살살 가라고 말해도, 만나고 싶은 이가 있으니 몇 년쯤 뒤로 되돌아가면 어떻겠느냐고 청을 해도 묵묵부답이다. 애절함과 그리움 따위는 애초에 없으니 시간은 인간으로 치자면 이기주의자 아니겠느냐. 그래도 나는 시간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으니 어쩌겠는가. 시간에 기대어 사랑하고 추억을 쌓는다.

떠나는 것을 담담히 바라보며 다시 시작될 새 날을 위한 잠시 이별이라 생각하며 끝나지 않은 노래를 생각하는 아침. 오늘은 3주 계획으로 나의 곁을 지키던 큰 딸과 손녀가 떠나는 날이다.

시간 너는 누구냐. 묻는 내게
시간은 지나 보아야 아는 것이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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