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로.

by 김인영

모두 떠난다. 익숙한 것을 잠시 떠나 나도 가고 너도 간다. 덥고 지루한 긴 여름. 휴가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시간을 펼쳐 일상을 지나 어쩌면 조금 피하고 싶은 얼굴. 그러나 잠시 후 다시 봐야 할 사람을 멀리하고 짐을 꾸린다. 때로는 소홀했던 소중한 사람과 힐링의 시간을 갖기 위하여.

우리는 왜 자유를 갈망하는가. 우리는 왜 자주 길 위에 서는가? 힐링이란 일상에서 얻은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치유를 받는 것이다. 때로는 자연을 통해서 때로는 취미생활을 통해서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목숨 줄의 숨통이 아닌가 싶다.

기쁘고 즐거운 여름날이었다. 소리 높여 웃고, 많이 다니고 스킨 쉽을 통한 힐링의 시간을 보낸 후 고단한 몸으로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어도 정한 시간에 일어나 벙글 벙글 웃으며 다가오는 어린 손자의 아침식사를 마련하는 것은 삶의 아름다운 순간.

나도 신에게 이렇게 변치 않고 늘 기쁨으로 반갑게 다가가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나는 좋은 것은 자주 먹어도. 입어도. 가고 또 가도. 싫증을 낼 줄 모른다. 사람도 그렇다. 밋밋한 삶인가.

오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한 차례씩 다녀오는 가평의 설악면에 위치한 힐링스테이의 '나인블록'을 방문했다. 넓고 넓은 실내에서 통창을 통해 흔들리는 자작나무의 몸짓을 따라 숨을 고르고, 겨울이면 불멍을 할 수도 있는 곳. 편한 소파에 깊이 몸을 담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하는 것은 내겐 힐링이다. 이곳엔 늘 작은 전시가 있다. 금강 막국수에서 점심으로 먹은 냉면과 수육과 녹두전을 소화시키며 우리는 힐링을 한다.

수년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이곳에 지난번 넷프렉스로 인기몰이를 한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촬영지로 알려진 이곳의 작고 아담한 교회 주변엔 수국의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다시 찾은 시간을 감사하며 사 계절 힐링장소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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