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호 춤 60주년 기념공연

by 김인영


특별한 저녁이었다.(2025.9.24)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지하철을 타고 삼성역에서 내려 찾아간 곳은 한국문화의 집 ( KOUS)이었다.


그 밤 내내 몸이 가벼웠다. 나의 발은 코끝이 날렵한 하얀 버선을 신었고 나의 시선은 아득한 고구려의 시간을 향하며 무용총 속의 벽화에 새겨진 무사의 손 끝이 되어 달리는 마차를 잡을 듯 허공을 향해 뻗는다.

무대를 가득 채운 가락은 거문고인 듯 아쟁인 듯하고 울리는 피리는 고요 속에 퍼져 나가 극장을 채운다.

나의 착시현상이다. 무대 위 무용수의 시간으로 빙의된 시간이었다.


그래서 특별했다. 국보급 안무가 국수호 님의 잔치에 춤과 의상과 음악이 나를 다른 세상으로 안내한다.

그의 화려한 경력과 수상은 아는 이는 다 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안무를 총괄하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16세에 춤꾼이 되어 대한민국 최초의 남자 직업 무용수로 평생을 살아온 이가 60년 기념공연의 시간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나는 몸이 기억한 시간, 춤으로 완성된 철학.

내 춤은 시간의 흔적이다. (국수호 님)

그는 한국 춤의 역사**


나는 수. 목. 토로 이어지는 기간 중 목요일의 연기를 보았다. 국수호의 창작무 집대성인 명작무. 장한가. 남도 살풀이를 보았다.


70대 노익장의 몸놀림이, 사뿐히 내딛는 발걸음이 어찌 그리 가볍고 우아할 수 있을까?

그가 도반이라 부르는 친구와 후학들이 함께 꾸민 무대는 우리의 인생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잔치마당이었다.


고전무용을 별로 접할 기회가 없던 나에게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오며 우리 고전무용이 세계로 퍼지는 것에 확신을 갖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것은 국수호 님의 평생에 걸친 부단한 노력과 안목이 있는 그의 인생이 깔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 주신 분에게 그의 가족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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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인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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