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그날이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세 번째 화요일.
정확한 시간에 반갑게 만난 우리는 예약이 되어있는 천정이 높은 이탈리아 식당인 ‘유로 17’에서 맛난 음식과 대화를 나눈 후 오후 2시에 예약된 간송미술관으로 향했다.
간송미술관의 반가운 이번 전시는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뻔했다.능력있는 회원의 정보력 덕분에 행복한 순간으로 고미술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예약을 해주신 총무님의 수고로 사전 전시설명 교육을 듣고 나니 작품을 대할 때는 조금 더 편하게, 정겹고 친숙한 우리의 보물에 다가갈 수가 있었다. 작품을 대할 때마다 간송 전형필 님의 애국과 문화 사랑이 가득 담겨있음에 고마울 뿐이다. 한 사람의 고집스러운 수집이 긴 세월을 흐르며 이렇듯 많은 이에게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 경이롭기만 하다. 그가 오세창을 만난 인연으로 ‘문화 보국’의 꿈을 꾸며 ‘보화각’으로 이름 지은 대한민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을 세울 수 있었으니, 관계와 만남의 축복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하루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葆華秘藏’보화비장‘을 타이틀로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의 부제가 있다.
2025년 10월 17~11월 30까지 간송미술관 신축 수장고에서 전시된다. 간송 컬렉션 3개년 계획의 네 번째 전시로 보화각에 소장된 근대 수장가 7인의 컬렉션을 통해 간송 컬렉션을 재조명했다.
1.운미 민영익 컬렉션 ~~천심죽재 2. 오세창 컬렉션 ~~추순탁속 (가을 메추라기가 조를 쪼다)
3. 석정 안종원 컬렉션 ~~총석정 (정선) 4.송우 김재수 컬렉션 ~초석단성 (김정희)
5.윤희중 컬렉션. ~~낭간별서 (서육승) 6.송은 이병직 컬렉션 ~~구양문충공상 (작자미상) 7. 존 갯즈비 컬렉션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민영익은 명성왕후의 조카로 갑신정변 후 상하이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집인 천심죽재(천 길 같은 대나무숲속 서재)에서 예술가 들과 교류하였다.~~~~천심죽재
**오세창은 8대에 걸친 역관의 집안으로 간송의 스승으로서 간송이 문화보국’을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끼쳤다. (추순탁속)
**석정 안종원 ~~~총석정 (바다 위로 솟은 주상절리. 본래 금강산의 대표 명소 여덟 폭 그린 병풍의 한 폭이었으나 안종원이 소장했던 시기에는 8점이 개별 족자로 분리되어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송우 김재수 ~~~초석단성 (추사의 개성적인 행서풍을 보여준다.)
*희당 윤희중 ~~낭간별서 (상해의 화가 서육승이 민영익의 서재인 천심죽재를 그려
선물한 작품) 대숲에 자리한 별장.
* 송은 이병직 ~~구양문충공상 (역사와 금석학의 대가인 구양순의 초상화)
* 존 갯즈비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연적)
멋진 전시 관람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리는 성북동 ‘밀곳간‘에서 누런 봉투에 빵을 담아 가족같이 반겨주는 ’방식 뮤지움‘ 카페로 들러 하루의 행복을 정리하며, 예정했으나 들리지 못한 길상사의 아쉬움을 담아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함께 낭독하는 시간을 갖고 한성대 지하철 5번 출구에서 작별했다. 돌아서는 회원들을 보며 오늘이 바로 그날. 행복한 순간의 날이었기를 바랬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내가 살고 있어 익숙한 장소를 회원들에게 안내하는 그날. 사랑과 기쁨과 웃음을 나누는 날. 우리의 계획은 조금 빗나갔다.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있는가? 우리의 계획은 얼마나 부질없던가. 하지만 또한 ‘새옹지마’를 떠올린다. 지금 좋은 것이 나중에도 좋겠는가. 지금의 어려움이 나중에 복이 될는지 누가 알겠는가.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 불시에 일어나는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만이 중요한 것 아닐까?
우리가 모두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 것이 참 고맙고 아름답다. 새로 오신 멋진 회원님과 회장님을 뵐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도 하였다. 또한 함께 자리하지 못한 분들의 얼굴도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