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는 이유
어느새 12월이다 두툼한 코트를 걸치며 모자를 찾는다.
문득 옷장에 자리한 밍크모자가 눈에 들어온다.
머리 위에 얹어보니 조금 작은 듯싶다. 내가 주인이 아닌 까닭이다.
모자의 원래 주인은 내 곁에 계시지 않는다. 나는 모자를 쓰다듬으며 오늘은 모자를 쓰고 외출하리라 마음먹는다. 날씨 때문만은 아닌 내 시린 마음을 데워줄 것을 기대하며 말이다. 작아도 부족하고 답답해도 긍정의 사고를 심어주시고 희망을 말씀하시던 분이 떠오른다.
자신의 아픔과 부족함을 내색하지 않고 견디며 사시던 탓에 내 생각대로 결정하고 내 위주로만 살던 이기적인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드신 것은 어머니보다 앞서 떠난 아들의 아들인 손주를 향한 그리움을 견딜 수 없던 날은 집 근처 소나무 숲에서 소리치시며 이름을 부르셨다는 것을 알고 난 후였다.
어머니가 가신 후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늘 아침을 먹으며 어머니께서 생전에 담아주셨던 조금 남아있는 된장을 남편에게 보였다. 아직도 어머니의 된장이 남아있었느냐며 놀람과 기쁨을 보이는 남편과 함께 다시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리움에 담아 서로 어머니의 추억을 나누며 곁에 계시지 않아도 우리와 여전히 함께 계신다며 웃었다. 이제는 점점 굳어지며 검게 변하는 된장이 아까워 차마 함부로 쓰지 못하고 아끼고 바라본다. 어머니가 그립다. 슬픔의 눈물은 그리움의 눈물과는 다르다. 소리 내지 못하고 그리움을 담아 내리는 비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치 촛농이 떨어지듯 가슴을 타고 내려와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웃음 많은 내게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이른 아침부터 웃을 일이 무엇이냐며 핀잔주시던 목소리에 담긴 애정이 그립다. 시골에서 때가 되면 보내오던 쌀가마니에 흡족해하시던 모습이 그립다. 겨울엔 동치미에 넣어야 한다며 담양의 대숲을 앞장서 가시고 청국장을 만드실 때 넣어야 한다며 바람찬 텅 빈 들녘에서 고르시던 깨끗한 볏짚도 어머니 사랑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사소한 것을 함께 의논하고 늘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 자문을 구하던 우리 집 대장이 그립다.
내가 오늘 흘리는 눈물은
이유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 받음이 아닙니다.
물질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갈 곳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병원에 누워있어서도 아닙니다.
속절없이 나이 듦이 아쉬워서도 아닙니다.
친구가 없어서도 아닙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함이 아닙니다.
듣고 싶은 노래가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지고 싶은 그녀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입니다.
후회 없는 인생은 없다지만
그 길은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한 번만 한 번만 더 그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환한 얼굴로 마주 앉아
천국은 이곳보다 얼마나 좋으시냐고 묻고 싶습니다.
만날 분은 모두 함께 계시냐며 안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간호사가 되시어 찬양대에서 독창을 하시며 좋은 남편과 4남매를 여전히 품에 안고 즐기시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리움의 눈물이 흐르는 12월 추운 날입니다. 눈발이 앞을 가리는 날입니다. 어머니의 모자가 시린 마음을 데워주는 오늘입니다.
202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