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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희 책여울 Nov 20. 2023

좋은 사람과의 여행

신짜오! 베트남 달랏!

도서관 수업이 정리되어 한가한 때는 6월 말과 7월 초 그리고 12월 초다. 요때는 여행 요금이 비교적 저렴해서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다. 올해 7월 4일 나는 베트남 달랏으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내 책 표지를 정성껏 만들어 준 동생과 함께였다. 아는 동생과 일주일 여행을 간다는 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을 거다. 사실 나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포장 돼 있지만 내성적인 면모가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여행을 앞두고 우리 집 강아지가 그때 무척 아팠다. 몸무게가 7Kg 나갔는데 며칠 사이에 5Kg으로 빠질 만큼 탈수 증상이 심했다. 다행히 원인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는 날은 건강을 회복한 상태였다. 그날 비바람은 또 얼마나 심하던지 마치 '너 오늘 여행 가는 거 다시 생각해라!' 계속 경고를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랑 동생은 여행을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비바람을 뚫고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에 올랐다. 베트남은 7월이 우기라고 했다. 어쩌랴, 열대 지방의 스콜을 기쁘게 만끽할 준비를 하고 달랏 공항에 내렸다. 달랏은 언제나 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꽃들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참 좋은 여행 패키지를 이용했는데 멤버들도 좋고 가이드님도 엄청 웃겼다.


달랏 여행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며 핸드폰 사진 찍기 특강도 해 주셨다. 패키지여행은 데려다주는 대로 즐기면 된다. 식사도 척척, 간식이며 멋진 카페도 알아서 대령해 준다. 짧은 며칠의 시간 동안 모르는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진짜 편했다.


파파고 앱을 돌려서 안내문 번역은 했지만 간단한 베트남 말도 가이드님이 알려주셔 우리말로 받아 적었다. 

신짜오(안녕하세요: 최은영 작가님 단편소설 제목이라 요건 알고 있었다.)

잠자디(깎아주세요ㅋ 요거 꼭 기억하자)

신까먼(감사합니다)

야배신(화장실)

엠어이(직원 부를 때)


요렇게만 알고 있어도 베트남 패키지여행은 안전하다. 동생이랑 적재적소에 요 단어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냉장고 마그네틱 살 때도 잠자디!! 외쳤더니 덤으로 하나를 더 주셨다. 달랏은 작은 동네라 버스로 10분만 이동해도 웬만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틀만 지나도 '앗 여기는 어제 왔던 거기를 또 지나고 있군!'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쑤언흐엉 호수 근처만 몇 번을 지났나 모르겠다. 그래선지 동생과 손잡고 걸을 시간이 많았다. 레일바이크도 타고 야시장도 구경했다. 야시장에서 베트남 라면도 엄청 많이 사서 이후 도서관 특강에 오신 분들께 선물로 나눠드렸다.

달랏에서 특별히 기억 남는 일은 꾸란 마을에 들어가기 전 베트남 전쟁 때도 사용했다는 지프차를 타고 계곡을 달린 일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영화를 봐서 그런지 계곡을 달리면서도 여기 어딘가도 전쟁터였겠구나 싶은 맘이 들었다. 달랏은 자유여행으로 가도 얼마든지 체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랏까지 직항 비행기도 있고 쑤언흐엉 호수 근처에 호텔을 얻으면 웬만한 곳은 걸어서 갈 수도 있고 택시 요금도 거의 기본요금이란다.(우리는 호텔에 들어가면 나가질 않아 모르지만 일행 중에 다녀오신 분의 증언 ) 물가도 저렴하고 거리도 깨끗하고 음식까지 맛있으니 더 바랄 게 없는 여행지다. 그리고 우기라 걱정했는데 비가 와도 5분 만에 그치고 다시 맑아지는 순한 날씨는 진짜 최고였다. 7월 베트남 사람들은 가죽잠바를 입고 다녔다. 춥다나 뭐라나!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동생과 나는 베트남 음식이 그립다며 메콩타이에서 분짜랑 쌀국수를 시켜 먹기도 했다. 착하고 예쁜 동생과 달랏에서 보낸 며칠이 꿈같다. 앞으로 이런 추억을 또 쌓을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거다. 그래서 인생 여행처럼 멋지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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