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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희 책여울 Nov 17. 2023

마라톤은 인생의 다른 말

루소처럼 걷고 하루키처럼 달리기

걷고 싶은 마음을 준 사람은 장자크 루소였다. 한동안 <루소처럼 걷기>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매일매일 인증을 했다. 그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달리고픈 욕망이  일어났다. 계속 걸었던 덕분에 달리는 일은 힘들지 않았다. 운동화만 있으면 달릴 수 있다는 게 신났다. 올해 본격적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시작했다. 돈을 내고 참가하는데도 몇 천 명씩 신청한다는 게 놀라웠다. 지난 10월 22일 있었던 천안 이봉주 마라톤은 오 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참가비의 대부분은 선물로 돌려주고 완주 후에는 먹거리 축제가 열려서 이게 또 마라톤 대회의 또다른 재미다! 


마라톤 연습을 위해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숲길을 자주 갔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주로 걷지만 사람이 뜸하다 싶으면 핫둘핫둘 구령을 맞춰 씩씩하게 뛴다. 


단풍나무 숲의 오르막길을 뛰면서 알았다. 달리기는 다리가 뛰는 게 아니라 심장이 뛰는 일이란 걸 말이다. 다리는 뛸 수 있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은 견딜 수 없다. 거친 호흡은 달리기를 어렵게 하니 배에 힘을 잔뜩 주고 심장을 살살 달래면서 완급 조절하며 달려야 한다. 달리면서 몸속의 심장과 대화를 한다.


하루키 씨처럼 나도 걷지 않고 어떻게든 뛰어 완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홍성에서 열린 9월 초 마라톤에서 나는 걷고 말았다. 햇볕이 작렬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오르막!! 계속되는 오르막을 보는 순간, 절망이 엄습해 왔다. 오르막 길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고 힘을 아껴 천천히 전진해야 한다는데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마라톤에 올해 입문한지라 10KM 달리기를 이제 막 넘은 처지다. 하지만 자랑스럽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이 제일 괴롭던 내가 달린다는 걸 친구들은 믿지 않으려 한다. 내가 달리기를 선택하고 집중할 줄은 사실 나도 몰랐다. 나는 올해 열심히 뛰었다. 직접 뛰어보니 마라톤은 인생의 다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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