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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희 책여울 Nov 23. 2023

특별한 강연를 했다

한아세아 10개국 어린이 독서 문화 발전프로젝트 총회 & 연수 특강

내 이름을 건 북콘서트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으로 대한민국 각 도서관에서 독서 수업을 했으면 좋겠고 세계 여러 나라에 체류하면서 zoom 수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정말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한 일은 말을 하거나 노트에 써 놓으면 결국 이뤄진다는 점이다. 언제나 다이어리에 낙서하듯 계획을 세운다. 실현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다만 좀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계획을 적는다. 한 문장으로 부족한 것 같으면 부연 설명을 계속 맘에 들 때까지 적는다. 이렇게 하고 나면 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비로소 알게 된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4층에서 진행됐다.

북콘서트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말했던 그 순간, 나는 북콘을 하는 중이라 몰랐지만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한아세아 10개국 어린이독서문화 발전프로젝트 연수에 강연을 맡아달라는 메일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요번이 2회째였고 15일에 걸쳐 진행되는 큰 행사였다. 강연 의뢰가 들어오면 일단 수락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이 강연은 조금 망설여졌다. 아세아 각 국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도서관 사서선생님께 내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 됐기 때문이다. 동시 통역사가 계시다지만 영어로 통역을 하시기에 맘껏 수업을 이끌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도 수업을 하겠다고 말씀드린 건 북콘서트에서 내가 한 말 때문이었다. 

7월 중순부터 수업이 진행되는 10월 20일까지 한시도 그 강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8월 말 원고를 보낼 때까지도 고생을 많이 했다. 가장 쉬운 언어로 별다른 재료 없이 즐거운 독서 수업을 이끌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아세아 10개국은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국가들이다.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 등등 10개국에서 오신 사서 선생님들께 내가 그동안 진행했던 독서 수업을 샘플로 보여드려야 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림이 예쁘고 스토리가 간결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준비했다. 그중 한 권이 안녕달 작가님의 쓰레기통 요정이었다. 그림을 보여드리고 종이컵으로 쓰레기통 요정 만들기를 하고 소원 쓰기를 했다.(요 자료는 책 읽는 곰 출판사에서 제공받았다.) 동시통역사께서 쉽게 설명해 주셔 어렵지 않게 완성하고 소원을 쓰고 외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작 느낌이 좋았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들이셨다. 몇 권의 책을 이처럼 소개하고 각 조별로 그림책을 직접 보며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서지 정보를 이용해서 책 게임도 했는데 예를 들면 가장 최근 출간된 책, 지은이 이름이 가장 긴 책, 사이즈가 가장 작은 책 등을 찾게 하는 게임이었는데 이게 뭐라고  자신의 팀이 선택되면 승리자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하셨다. 그리고 또 어떤 선생님은 자신이 우승한 기념으로 그 책을 갖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쉽게도 도서관 책이라서 드리질 못했다. 요것도 계속 아쉬운 점이다. 멋진 우리나라 그림책 가져가서 우정 선물로 드렸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무사히 세 시간 특강을 마쳤는데 여전히 사서 선생님들은 에너지 넘치셨다. 마지막으로 소감 듣기를 했다. 모두 감사한 말씀 해주셨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오신 선생님은 오늘 배운 내용들이 모두 새롭고 재미있어서 돌아가면 말레이시아 어린이들에게 자세히 전달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라오스에서 오신 선생님들은 sns로 소통하자 부탁하셔 내 인스타그램 QR코드를 공유해 드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울 강남의 거리는 더없이 쾌청했다. 맑은 하늘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기분이 들었다. 살랑살랑 나뭇잎 사이로 부는 10월의 바람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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