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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희 책여울 Jan 04. 2024

떠나면 알게 될 거야!

중국 대련 여행

3일 연휴 앞에서 우리 부부는 떠나고픈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특히 남편이 더욱 적극적이었다. 겨울에 추운 지방을 여행하는 건 내 여행 법칙에 위배되지만 2박 3일을 충족시키는 여행지로 중국 대련만 한 곳이 없었다. 여행이 우리 부부의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랭드보통 씨의 의견에 따르면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 여행은 보여준다'라고 그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말하고 있다. 여행 캐리어를 꺼내는 순간부터, 마음은 벌써 비행기로 향해있고 머릿속 잡다한 걱정과 불안들이 마음속 어느 주머니로 잠시 몸을 숨겼는지 바로 여행에만 진심이 된다. 그러므로 일과 생존의 투쟁에서 제약받지 않는다는 알랭드보통 씨 말은 참으로 적절하다.


2박 3일 짧은 연휴를 고려해 중국 대련이라는 추운 지방을 선택했지만 사실 목적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떠나고픈 마음, 무조건 떠나자는 일탈의 마음을 충족시키면 되는 거였다. 


출발하는 날, 날씨가 안 좋아 우여곡절 끝에 대련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무려 7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달리 할 게 없었던 우리 부부는 비행기 창가를 바라보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아주 오랜만에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하며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실로 이토록 빛나는 대화를 얼마 만에 해 보는 거냐며 남편과 나는 함께 웃었다. 온전히 우리만의 시간을 좁은 비행기 안에서 가졌던 거다. 공간도 중요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대련은 깨끗한 도시였다. 이제 중국도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 언저리 어디까지는 왔다는 느낌이 거리거리에서 느껴졌다. 실내 인테리어도 멋있고 사람들은 활기찼으며 세련돼 보였다. 대련은 큰 도시가 아니라 버스 이동이 짧아서도 좋았다. 중국 여행 가면 버스 이동이 기본 5시간은 걸렸는데 대련 시내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니까 '아, 여기는 어제도 지났던 곳이구나'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중국 여행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지는 다시 가고픈 맘이 안 들었는데 대련 여행만큼은 날씨 온화해지면 다시 한번 더 방문하고 싶다.


2박 3일 잘 보내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데 진심 반갑고 편안했다. 인천공항은 갈 때도 올 때도 가슴 두근거리는 장소다. 우리 부부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종류별로 몇 개 사서 천안으로 내려오는 길에 바나나 우유랑 같이 먹었다.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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