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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희 책여울 Jan 05. 2024

우리를 키워준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보내는 편지

알폰소 쿠아론 감독 <로마>를 보며 떠올린 권정민 그림책 <엄마도감>

지난해는 시간 날 때마다 영화를 보자고 다짐했었다. 남들 다 본 영화를 뒤늦게 따라서 보니라 봐야 할 영화가 너무나 많았다. 세상에 좋은 책이 많듯이 영화 세계 역시 깊고도 광활했다. 그중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영화였다.


제목이 <로마>니까 이탈리아가 배경이겠다 하고 봤는데 정말 빗나갔다. 멕시코시티에도 로마라는 지역이 있단다. 영화는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고 결국 감동적으로 끝이 났다. 영화 마지막에 "리보를 위하여" 쓰인 문장은 진심 감동이었다. 리보는 어린 시절 쿠아론 감독을 키워준 유모였다. 영화 로마에서 클레오가 그 역할을 맡았다. 결국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을 키워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출처 - 다음 영화


클레오는 남자 친구의 아기를 갖게 된다. 그런데 이 놈!! 완전 쓰레기였다. 아기를 가졌단 얘길 듣고 도망친다. 더 웃긴 건 클레오가 수소문해 그놈을 찾아갔는데 우리나라 태권도를 배우고 있지 뭔가.(이건 영화에서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지만.)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상심한 클레오의 이후 역경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감독은 1970년대 멕시코의 불안한 정치 상황과 가정 불화, 클레오 개인의 불행을 하나의 서사로 만들어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이 영화와 함께 떠오르는 책이 권정민의 <엄마 도감>이다. 권정민 작가님은 EBS 지식채널 e 작가 출신이시다. 엄청 애정했던 프로그램, 지식채널 e! 그래선지 권정민 작가님 책은 읽으면서는 당황스럽지만 책을 덮으면서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많은 생각을 안긴다. <사라진 저녁>이나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같은 책은 철학적이다. 낯설게 바라보게 하지만 결국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와 결이 가장 비슷한 작품은 역시 <엄마 도감>이다. 우리는 아기의 탄생만을 기뻐했는데 그 순간 엄마도 태어나는 거다. 아가의 눈으로 관찰한 엄마에 대한 책으로 페이지마다 감동이다. '맞아, 나도 아이를 낳고 이랬었지...' 뭔가 그동안 감춰 놓았던 상처가 다시 살아나서 아기를 낳았던 그날이 떠오른다. 같은 엄마로서 영화 <로마> 속 클레오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은 맘이 든다. 우리를 키워준 세상의 모든 엄마들께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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