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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희 책여울 Jan 11. 202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읽으신 분, 손!!

루리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도 손 들 뻔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처음 읽는다. 어떤 책에선가 '고전은 안 읽었지만 읽은 것 같은 책'이라더니 그 말이 맞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본은 요 번이 처음이지만 앨리스를 얘기하는 책은 지금도 차고도 넘친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권정민 작가님의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이란 책을 읽을 때였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안 읽었네...''


권정민 작가님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캐럴이 1865년 발표한 작품이다. 결국 꿈이었다는 게 진부한 결말이지만 앨리스가 아닌 앨리스 언니의 문장으로 마무리 짓는 건 무척이나 세련됐다. 작품 속 여러 에피소드는 여기저기 문학 안에서 재현되고 패러디를 거듭해서 앨리스 이야기를 이미 다 알고 있었구나 싶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도 신기하다. 혹시 이 장면은 해리포터에서 차용되지 않았을까? (체셔 고양이, 고양이의 웃는 입이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등등) 


3월의 토끼, 모자 장수, 회중시계를 들고 다니는 토끼, 카드 왕과 여왕까지! 캐릭터는 이렇게 살려내는 거라는 예시를 보여주는 듯했다. 문장마다 신기하게도 중의적인 신비감을 품고 있었다. 앨리스 몸이 커지거나 작아질 때 해결해 주는 치트키는 버섯인데, "한쪽은 너를 크게 만들고 다른 한쪽은 너를 작게 만들지"라는 쐐기벌레의 대사처럼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게 들렸다. 역시 오랜 시간 살아남은 책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공작부인과 갓난아기에 대한 부분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불현듯 떠올랐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걸리버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에게 영감을 얻어 애니를 제작하기도 했으니(천공의 성 라퓨타, 걸리버 여행기에 실려 있다.) 하울과 앨리스의 연관성도 있지 않을까 혼자 추축해 본다.


미야자키 하야오감독님 <천공의 성 라퓨타>


앨리스 언니의 말로 끝나는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행복했던 여름날들을 기억하면서 동생은 아이의 단순한 슬픔을 느끼고 아이의 단순한 즐거움 속에 깃들여 있는 기쁨들을 찾아내리라."


마지막 문장은 묘하게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과 같아서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덮고 루이스 캐럴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작가 인생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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