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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영욱 Sep 20. 2023

섬광과 섬망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

 

당신의 섬망에는 예고가 없다 

가시광선이 없다 


빚이 많아 

머릿속이 하얘지니

당신도 심해의 발광체 중 하나


당신의 뇌 속에는 해마가 있어서 바다와 같은 시간이 흐르고 바다와 같은 기억을 간직하고 바다와 같은 수심을 헤매고 바다와 같은 간조와 만조를 겪는다. 바닷말을 웅얼거리는 당신의 바다는 포말들을 짝지어 보내고 들쑥날쑥한 해안선에는 짝짝이로 벗어놓은 아이들의 양말들이 꼬물거리고 있다 


할 말을 잃은 아내를 처제라고 부르는 카오스가 태초에는 있어도 심중에는 없는 

아버지의 일부일처제  

지금까지 당신의 선망에는 실망이 크다

예후가 좋지 않다 


그것은 오래된 반성에서 유래했어도 후회를 하면 할수록 더 할 수 없는 혼돈, 자갈이 굴러가고 굴러가는 태양의 혓바닥에 재갈을 물리면 당신의 말들은 날뛰고 고삐 풀린 기억이 범람한다 


바다 끝 모를 바닥까지 옮겨 적은 일기지만, 

일기예보로 옮길 수 없는 날씨는 

언제든 발광할 수 있다  


침상을 들추면 

설마, 당신의 말들이 썰물과 밀물을 왔다 갔다 하고 있으려나, 


당신의 말들은 

수족을 마음대로 부릴 수 없으니 

퇴화된 눈만 뻐끔거리고 

당신의 해마는 보이지 않지만 수족관에서 갇혀 있다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는 우리는 

간만의 차이에 따라 축축한 농담과 간발의 차이로 진담이 오가던 당신과의 기억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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