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카탈로그*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

by 김 영욱


새벽닭의 울음에도 계이름이 있다

첨탑 위에 서서 우는 저 으뜸음의 주인에게도

알고 보면 계면쩍은 곡조가 있다


수 백 개의 구조신호를 잡기 위해

울음의 사연을 장단으로 줄이고 늘이는 건

외계의 방언을 수집하기 위한

아코디언 제작자의 전략


불협화음이 새장에서 탈출한 밤,

키를 높인 하이힐이 너무 높아

구름의 데시벨을 낮춰

탈수기를 돌리면

샛별들이 젖은 발로 턴테이블을 맴돌고


목울대에 묶어둔 억센 발음이 새 나갈 것만 같아

축축한 축음기로 쥐어짜는 우주의 진동,

귀 기울여 들어보면

심장부터 금이 가고 있는 무정란의 흐느낌


박제된 새들의 울음에도 스타카토가 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어미 새도

알고 보면 조국을 떠난 적 있다


도돌이표로 맴돌고 있는 전선 위에서

새총이 휘파람을 불러들여 셋잇단음표로 흩어진 떼까마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울음소리로 개종하고 있다

모국어로 인사하는 커튼 콜 뒤에서

새장을 옮기는 계면조가 은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앙을 잃은 변성기 성가대 소년들처럼

광장을 떠도는 비둘기들


불 탄 십자가와 깨진 장미창의 파편들을 줍는 청소부의 헤드폰 속에서

쥐 죽은 듯 고요한 백색 소음


달의 뒷면이 튈 때

박쥐가 쥐도 새도 모르게

종소리의 헤르츠를 조감도에 맞춰 놓았다








*새의 카탈로그: 프랑스의 현대음악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이 프랑스 전역 야생에서 서식하는 온갖 새소리를 직접 채록하여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



























이전 01화섬광과 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