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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게 Dec 24. 2021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

풍경이 있는 색종이 접기--케이크와 산타클로스

어린 시절, 친구들에 비해서 늦게까지 산타가 있다고 믿었었다. 어느 해인가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로 놓고 간 신발을 엄마와 내가

동네 신발가게에 가서 바꿔온 적이 있었다.

선물이 하필이면 신발이어서 들통이 나더라도 엄마도 어쩔 수 없으셨을 것이다.

이것저것 신어보고 발에 맞는 것으로 고르다 보니 아예 다른 신발로 바꾸게 되었다.

신성한 산타의 선물이 인간계의 것으로 바꿔치기되는 현장에 있었음에도 눈치 채지 못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왔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좋아서  수상한 정황은 항상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친구를 통해서 산타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실망과 놀라움이란...

그 모든 것이 연극이고 연기였다고?     


전 세계가 묵인한 산타 행세일지라도 끝이 있는 법,  

적당한 때에 산타의 정체를 알려 주는 것도 부모의 숙제 이리라.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친구들의 제보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이야기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드디어 진실을 고백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놀라기는커녕 다행이라는 기색들이었다.

울지 않는 착한 아이만 선물을 받는다는 조건이 아이들에게는 족쇄였던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선물을 받을 염려도 없어졌거니와 오히려 원하는 선물을 콕 집어서 받아낼 수 있게 되어서 잘되었다는 표정들이라니...

실망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환영을 받게 될 줄이야.  몰래 선물을 사놓고 숨겨놓는 등 일련의 번거로운 과정과  산타의 방문에 함께 놀라는 발연기도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나의 수고도 덜게 되었다.

    

영화처럼 크리스마스에 어김없이 함박눈이 내리고

사랑이 이루어지고 오해가 풀리는 기적 같은 일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없었다면 한 해가 끝나가는 이 끄트머리 시간이 얼마나 쓸쓸했을까.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색종이로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와 복부비만 산타 할아버지를 접으니 괜스레 즐겁다.

마음속엔 여전히 산타를 기다리던 어린아이가 살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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