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학 접기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천 마리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니
그 당시에 초등학생 딸아이를 둔 엄마들은 나처럼 아이의 등살을 배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손톱만 한 학을 접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학이 거의 없었다.
날개 다친 학, 모가지 비틀어진 학, 찌그러진 학.... 어쨌든 머리수만 맞으면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간신히 숫자를 맞춰서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곧 이어서 이번에는 별종이가 나왔다.
천 개의 별을 접으면 또 소원이 이루어진다고ㅠㅠ
아이의 간절한 소원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천 마리의 학과 천 개의 별을 접는 중노동을 마지막으로 그 후에 색종이를 접었던 기억은 없다. 마음 속으로 결별의 수순을 밟았었으니...
일방적으로 절교했던 색종이를 다시 만난 것은 20여 년이 지나 시니어 인지 강사를 하면서이다.
접었다 하면 천 개씩 접어야 하는 부담도 이젠 없으니 어르신들과 두런두런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색종이 접기를 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들, 소소한 이야기,
추억을 접고 계절을 접고
세월을 접으면서 세상과 만난다.
내일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눈사람을 만들 채비를 마친 꼬마 아이들의 모습과 동심의 끝판왕인 눈사람을 접으며
겨울 속으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