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길을 헤매는 모습을 봅니다.
보건실이 어디인지 헷갈려 두리번거리는 아이, 방과 후 교실을 잘못 찾아 수업에 늦는 아이, 가까운 화장실을 두고 멀리 돌아가느라 늦게 오는 아이….
겉보기에는 단순한 ‘길 찾기 실수’ 같지만, 그 안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스스로 탐색하는 경험이 부족한 오늘의 아이들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은 집과 학교, 학원까지 늘 어른이나 동행하는 이가 함께하기에 아이들이 길을 잃을 일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달랐습니다. 횡단보도와 육교가 이어진 골목길을 30분이나 걸어 학교에 가곤 했습니다. 발목을 삐끗하며 터벅터벅 걷는 날도 있었지만, 혼자 길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나조차도 낯선 학교에서는 종종 길을 잃곤 했습니다.
학교마다 독특한 구조가 있습니다.
ㅁ자 모양 건물 안에 본관과 후관을 이어주는 통로, 중정을 지나야만 도착할 수 있는 교실, 2층에서 구름다리를 건너야 연결되는 다른 건물….
어른인 나도 길을 찾느라 지금도 한참 헤매곤 합니다.
하물며 어린아이들에게는 그 혼란이 얼마나 크게 다가올까요.
생각해보면 길을 잃는다는 건 단순히 방향 감각의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 들어섰다가 다시 돌아가 보고, 새로운 길을 시도하며 맞닥뜨리는 작은 시행착오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키워갑니다.
지도가 없던 시절, 익숙해질 때까지 걸었던 길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누군가가 늘 손잡아 주는 대신, 때로는 혼자 길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길을 헤매는 순간조차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이맘때, 우리 딸이 갑자기 ‘놀이동산 멤버’를 결성하더니 자기들끼리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많지 않은 친구들과 조용히 지내던 아이가 여러 명이 모인 그룹에 스스로 참여했다니, 저는 망설임 없이 지지해 주었습니다.
다만, 가기 전에는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생수와 멀미약, 손수건, 그리고 안전을 위해 현금 대신 사용 내역이 바로 확인되는 카드까지 챙겼습니다. 아이는 들뜬 마음과 동시에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모험이 곧 자신감이 되었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멤버들과는 막역한 친구가 되었고, 이제는 누가 아프다고 하면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병문안까지 가는 끈끈한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관계에서도, 새로운 시도 속에서도 아이들은 길을 잃고 다시 찾아가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얻게 되는 경험과 관계는 아이의 삶을 지탱해 줄 든든한 자산이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처럼 멀리 돌아가지 않도록,
오늘, 아이의 걸음을 조금은 느긋하게 지켜봐 주세요.
그 여유가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줍니다.